경기 호조에 예상 깨고 역전승
노동당 “다잡은 승리 놓쳐” 패닉
지난 10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실시된 노르웨이 총선에서 보수당을 중심으로 한 집권 중도우파 연합이 선거 초ㆍ중반 열세를 딛고 막판 뒤집기를 통해 극적으로 승리했다. 노르웨이에서 보수세력이 정권유지에 성공한 것은 1985년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저유가 등으로 침체에 빠졌던 경제가 최근 들어 회복세로 돌아선 게 유권자들의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유럽 중도좌파의 약세 현상이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다.
12일 APㆍAFP 통신 등에 따르면, 개표가 95%가량 진행된 가운데 보수당과 전진당, 기독민주당, 자유당이 뭉친 중도우파 연합은 총 169석 중 절반이 넘는 89석(보수 45, 전진 28, 기독민주 8, 자유 8)을 차지, 재집권에 성공했다. 반면 선거 중반까지 줄곧 50%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해 4년 만의 정권탈환을 기대했던 중도좌파 연합은 막판 지지자 이탈로 80석(노동당 49, 중도당 18, 사회주의 좌파당 11, 녹색당 1, 적색당 1)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로써 2013년 총선 승리와 함께 취임한 에르나 솔베르그(56) 현 총리는 연임이 유력해졌다. 그는 승리가 거의 확정되자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는 ‘비(非)사회주의’ 노선 다수세력이 됐고, 새로운 4년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중도우파 연합의 역전승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는 무엇보다 노르웨이의 최근 경기 호조가 꼽힌다. 2013년 현 정권 출범 이후 고용률 감소, 2014년 초 국제유가의 폭락 등으로 인해 경제위기가 닥치자 여론은 점점 악화했고, 그 결과 2015년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은 참패를 당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들어 경제성장률이 0.7%로 상승하고, 5%대였던 실업률도 지난 6월 4.3%로 떨어지는 등 호재가 이어지면서 40%대 초반에 머물렀던 지지율도 점점 상승, 결국에는 당초 예상을 깨고 승부를 뒤집었다. 지난 4년간 줄곧 추진해 왔던 감세정책과 이를 통한 경기부양 기조도 당분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다만 현재 의석 수(96석)보다는 7석이 감소했는데,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의회에서 4개 정당 모두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 향후 4년 임기를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도우파 연합 4개 정당 중 3곳만으로도 연정을 구성할 수 있었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이제는 1개 정당이라도 이탈할 경우 곧바로 연정이 깨져버린다는 뜻이다.
노동당은 충격에 빠졌다. 단일 정당 기준으로는 여전히 가장 의석 수가 많은 제1당이지만, 다 잡은 것으로 보였던 승리를 최근 한 달 간의 지지율 변화로 놓쳐 버린 데다 지난 총선(55석)에 비해 의석 수도 6석이나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득표율 27.4%는 지난 93년 동안 두 번째로 최악에 해당하는 성적표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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