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새 대북제재안에 북한으로의 유류 공급 제한이 포함되면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 약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중국 이외의 나라는 접근 자체가 어려웠던 대북 지렛대가 다자간 협상테이블에 올려진 셈이기 때문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12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추가 대북제재 결의 2375호와 관련, “미국이 애초 제시했던 초안 내용이 중국ㆍ러시아와의 협상을 통해 상당 부분 후퇴한 것으로 보이지만 차분히 따져보면 미국은 얻은 게 많은 반면 중국은 잃은 게 더 많다”고 말했다. 겉으로는 중국이 미국의 일방독주에 제동을 건 듯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이 소식통은 미국이 주장한 전면적인 원유 금수는 아니지만 북한 정권의 ‘생명줄’로 여겨지는 유류가 처음으로 유엔의 제재 대상에 포함된 점에 주목했다. 대북 유류공급 문제는 지금까지 중국이 사실상 독점하다시피해온 분야인데 이번 유엔 안보리 결의를 거치면서 다자협상의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다.
이는 베일 속에 가려졌던 중국의 대북 원유ㆍ석유제품 공급 현황이 드러나면서 독점적인 대북 지렛대를 상실할 가능성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이번 결의안의 성패 역시 중국에 달려 있지만,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유류공급 제한은 한층 강화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갈수록 대북 영향력 측면에서 중국의 대미 비교우위는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입장에서 더 심각한 건 북중관계가 추가로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에 대한 북한의 신뢰가 하락하면서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한 긴장 고조는 물론 북한이 유류 공급처를 러시아 등지로 다양화하는 등 경제 전반의 대중 의존도를 낮추는 쪽으로 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유엔 안보리의 새 대북제재 결의 통과와 관련해 엄격한 이행을 다짐하면서 동시에 대화 재개를 강조했다. 그는 향후 대북 원유공급 통계의 공개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중국은 안보리 결의를 엄격히 지키고 있으며 이번에도 국제 의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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