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명절’ 선물세트 속속
#1
롯데-현대백화점 나란히 랍스터
신세계는 팬케이크 패키지
이마트는 수입맥주 묶어 팔아
#2
1인가구 선호하는 ‘소포장’ 인기
한우-굴비-과일 판매는 감소
랍스터, 외래 과일 아보카도, 수입 맥주, 브런치 세트…. 올 추석을 맞아 유통업체들이 준비하고 있는 주력 선물세트 목록이다. 오랜 경기침체로 가벼워진 지갑과 1인 가구 증가로 ‘나홀로 명절 보내기’도 늘면서, 명절 음식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유럽산 랍스터와 대게(크랩)로 구성된 ‘유러피안 블루랍스터ㆍ크랩세트’(12만원)를, 롯데마트는 ‘랍스터 세트’(6만원)를 각각 선보였다. 올해 설에 준비한 랍스터 선물세트(3,000세트)가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인기가 높아, 이번 추석에는 물량(6,000세트)을 대폭 늘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백화점 마트 슈퍼 홈쇼핑 등 유통계열사가 공동으로 구매해 물량을 늘려서 가격도 설 보다 낮췄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300g이상인 국산 전복 8마리와 캐나다산 랍스터(1㎏) 2마리로 구성된 '전복ㆍ랍스터 센스 세트'를 내놨다.
현대백화점은 또 1인 가구를 겨냥한 프리미엄 가정간편식(HMR) ‘더 부드러운 한우갈비찜’를 선보였다. '더 부드러운 한우갈비찜'은 육즙 유출 방지를 위해 섭씨 60~120도 고온ㆍ고압 증기로 쪄낸 완전 조리 상품으로, 전자레인지에 3~5분만 데우면 바로 먹을 수 있다. 고기를 한두 명이 한 끼 식사로 먹을 수 있는 양(700g)으로 나눠 소포장해 보관과 편의성을 높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명절에도 일가 친척과 어울려 음식을 나누기보다 1, 2명이 보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 명절 대표 음식인 갈비찜을 프리미엄 간편식 세트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고향에 가는 대신 홀로 명절을 보내는 20, 30대 젊은 소비자를 겨냥한 선물세트도 나왔다. 신세계백화점은 혼밥족을 위해 카페에서처럼 블루베리 팬케이크와 와플 등을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딘앤델루카 팬케이크 포 브런치’(9만7,000원), 메이플 시럽과 버터밀크 팬케이크로 구성된 ‘스톤월키친 브랙퍼스트 컬렉션’(4만9,000원)을 내놨다. 이마트는 급증하고 있는 혼술족을 겨냥해 ‘스텔라 아르투아’(1만6,500원), ‘크롬바커 바이젠’(1만8,900원), ‘구스아일랜드 할리아(3만9,800원)’ 처럼 대중적인 수입맥주뿐 아니라 벨기에 수도원에서 만든 ‘트라피스트 맥주’(2만8,900원), 미국 ‘밸라스트 포인트 스컬핀’(2만7,000원), 스페인의 ‘이네딧담’(2만5,800원) 등 애호가들이 찾는 이색 수입맥주도 선물세트로 내놨다. 이마트 관계자는 “명절에도 혼자 술을 마시는 애주가들이 들면서, 민속주와 양주 위주로 구성되었던 선물세트 시장에 수입맥주가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며 “올해 설 명절에 처음 선보인 수입맥주 선물세트가 완판(2만 세트)돼 이번엔 종류와 물량을 대폭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최근 인기를 끌기 시작한 멕시코 원산 과일 아보카도 선물세트(롯데백화점), 꽃을 2주 마다 4차례 받아볼 수 있는 ‘꽃 정기 배송 서비스권’(현대백화점), 감자칩, 고구마칩, 버터쿠키, 초코 웨이퍼롤 등 과자를 한 데 모아 놓아 1980, 90년대 어린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던 과자 선물세트(이마트) 등도 등장했다.
이처럼 이색 선물세트가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것은 장기간 계속되고 있는 경기 침체와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청탁금지법(김영란법)으로 인해 고가 선물세트 주문이 감소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또 점점 늘고 있는 1인 가구가 선호하는 간편한 소포장 선물세트의 판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는 “소비자 취향이 다양해지면서 전통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한우나 과일, 굴비 등의 판매가 줄고 있다“며 “저렴한 가격과 간편함을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짙어지면서 참신한 이색 선물세트는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