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쇼핑-칠성음료-푸드 등
현금 7000억여원 실탄 마련
“일본 경영권 찾기 주력” 분석도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자신이 갖고 있던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 회사의 주식 대부분을 매각한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생인 신동빈 롯데 회장과 2년 넘게 끌어온 분쟁에서 깨끗이 승복하고 경영권을 포기하는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번 매각으로 생기는 현금 6,000억~7,000억원의 실탄으로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찾는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전 부회장이 회장으로 있는 SDJ코퍼레이션은 12일 신 전 부회장이 롯데 4개 사 분할합병에 반대하며 주식 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이 4개 계열사는 지난달 29일 임시주총을 통해 지주사 전환을 위한 분할합병안을 결의한 회사들이다.
신 전 부회장은 이번 결정이 단순히 주식을 팔기 위해서가 아니라 해당 회사들의 분할과 합병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주주의 권리로 풋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전 부회장은 그동안 4개 계열사 분할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이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것이며 중국 사업에서 큰 손해를 본 롯데쇼핑의 경영상 손실을 다른 3개 계열사 주주들에게 떠넘기는 행위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계에선 신 전 부회장의 지분 매각이 단순히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롯데지주 출범에 따라 자신의 지분으로는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려워진 만큼 차라리 현금을 확보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은 현재 롯데제과 3.96%, 롯데쇼핑 7.95%, 롯데칠성음료 4.16%, 롯데푸드 2.00%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모두 장외 매각할 경우 6000억~7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의 지주사 전환을 계기로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의 경영권을 깨끗이 포기하는 것”이라며 “동생과 경쟁에서 이길 수 없게 되자 대신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넘겨 달라는 협상을 위해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 것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번에 마련한 현금으로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추가 매입 등에 나서 일본 롯데의 경영권을 되찾는데 이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광윤사를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28.1%를 보유하고 있어 단일 주주로는 신 회장보다 우위에 있다. 하지만 53%의 지분을 지닌 종업원지주회가 신 회장을 지지하고 있어 일본 롯데 경영권을 되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성원 선임기자 sung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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