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문화재 밀매단이 1998년 6월 일본으로 불법 반출했던 15세기 조선 묘지(墓誌〮죽은 사람의 행적을 적어 무덤에 묻는 돌이나 도판)가 19년 만에 돌아왔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조선 전기 호남을 대표하는 인물인 이선제(1390∼1453)의 묘지를 일본인 소장자 도도로키 구니에(76)씨로부터 기증 받아 지난달 24일 국내로 들여왔다고 12일 밝혔다.
이선제 묘지는 높이 28.7㎝, 장폭 25.4㎝이며 분청사기에 상감기법으로 지문을 새겼다. 앞뒤, 측면에 새긴 248자의 지문은 무덤 주인의 생애와 가계, 제작연대도 밝히고 있어 사료 가치가 매우 크다. 또 위패형식이지만 지붕과 받침이 없어 다른 분청사기 묘지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이선제는 조선 세종 때 ‘고려사’ 수정과 ‘태종실록’ 편찬에 참여했다. 병조참의, 강원도 관찰사를 지냈고, 문종 때는 예문관 제학에 올랐다.
이선제 묘지가 일본으로 빠져나가기 한 달 전인 1998년 5월에도 밀반출 시도가 있었다. 당시 김해공항 문화재감정관실은 문화재의 가치를 알아보고 묘지를 두 장의 그림으로 남겼다. 곧장 압류조치는 할 수 없었지만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에 제보된 이 그림이 훗날 묘지를 국내로 다시 들여오는 근거가 됐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 들여온 이선제 묘지는 소장자의 의사에 따라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묘지를 20일부터 10월 31일까지 박물관 조선실에 전시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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