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숨 고르기 나설 가능성도
유엔 안보리가 11일(현지시간)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해 북한의 힘줄을 움켜쥐었지만 숨통을 틀어 막지는 못했다. 우방국 중국, 러시아도 안보리 제재에 찬성한 만큼 북한도 당분간 사태를 관망하겠지만 도발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내달 10일 노동당 창건 72주년이 6차 핵실험 이후 추가 도발의 최대 고비로 꼽힌다.
북한은 과거 안보리 대북제재에 반발하며 핵ㆍ미사일 도발을 패키지로 묶어 감행하는 수법을 반복해왔다. 2006년 대포동 2호 발사와 1차 핵실험, 2009년 은하 2호 발사와 2차 핵실험, 2012년 은하 3호 발사와 2013년 3차 핵실험, 지난해 4차 핵실험과 광명성 장거리미사일 발사, 올해 화성-14형 발사와 6차 핵실험 모두 안보리 제재 국면 전후로 이뤄졌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12일 “안보리 제재가 북한이 설정한 도발 로드맵을 차단하기보다는 오히려 명분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추가 도발은 장거리미사일 발사가 유력하다. 북한이 6차 핵실험으로 향상된 탄두 위력을 확인한 만큼, 투발수단인 미사일의 성능을 검증하는 절차다.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미국이 감내할 수 없는 레드라인에 해당한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연구소장은 “IC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하는 시험을 북한은 아직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 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이 지난달 29일 정상각도로 발사한 화성-12형은 일본 열도를 넘어 북태평양에 떨어졌다. 다만 사거리 4,500~5,000㎞에 그치는 중장거리미사일(IRBM)로 분석돼 미 본토를 타격하는 ICBM에는 미치지 못했다. 따라서 다음 발사에는 사거리 1만㎞로 평가 받는 ICBM 화성-14형을 동원할 가능성이 크다.
남은 관심은 도발 시점이다. 북한이 김씨 일가의 생일과 더불어 최고의 기념일로 치는 내달 10일 당 창건일은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날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당 창건일까지 ICBM 시험발사를 최소 한두 차례 감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보리 제재에 더해 이달 19일 개막하는 유엔 총회에서도 일방적으로 몰릴 북한으로서는 강력 반발하는 모양새를 통해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반면 북한이 목표시한으로 정한 연말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일단 숨 고르기에 나설 수도 있다. 고유환 교수는 “당장은 아니고, 미사일 기술의 진전 속도와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도발 시점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반응을 좀더 지켜볼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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