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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표, 중고 사이트서 팔고 휴대폰으로 발송

입력
2017.09.1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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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사들여 아이디 만든 뒤

매크로시스템 통해 입장권 확보

구매자에 돈 받으면 문자로 보내

경기장 등 현장 거래 처벌만 가능

온라인 단속 근거 없어 속수무책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처가 식구와 서울 구로구 고척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를 관람한 직장인 김모(34)씨는 입장권을 온라인예매 사이트가 아닌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샀다. 김씨 부부 포함, 가족 네 명이 함께 앉을 수 있는 내야석 자리를 도저히 구할 수 없었기에 ‘암표’라는 꼼수를 택한 것이다.

희한하게도 예매 시작일 오후가 되자 중고거래 사이트엔 김씨가 원하던 좌석 입장권이 넘쳐 났다. 당연히 ‘웃돈’을 내는 조건이었다. 김씨는 “장당 2만5,000원하는 티켓에 각각 2만원씩을 얹어 18만원을 송금했다”며 “나 말고도 많은 사람이 이런 식으로 표를 사지만 암표 단속 걱정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암표상들이 ‘단속 무풍지대’인 온라인상에서 마음 놓고 활개치고 있다. 과거 경기장이나 공연장 근처에나 가야 이뤄졌던 암표 거래가 이제는 중고거래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에서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것. 단속해야 할 경찰 등은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온라인 암표 거래 방식은 간단하다. 여러 사람 개인정보를 사들여 아이디를 여러 개 만든 다음, 좌석 선택이나 결제 정보 등 각 단계를 자동으로 입력하도록 설정한 ‘매크로시스템’을 돌려 입장권을 확보한다. 중고거래 사이트에 ‘양도 가능’한 입장권 좌석번호와 거래가격, 연락처를 올려 놓은 뒤 연락 오는 구매자로부터 대금을 먼저 입금 받고 티켓 일련번호를 구매자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발송해 주는 식이다. 클릭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진보된 거래 방식’인 셈이다.

얼굴도 보지 않은 채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사기 피해도 줄을 잇는다. 지난달 피해를 당했다는 오모(48)씨는 “대부분 대포폰, 대포통장이라 추적이 어려운 데다, 큰돈도 아니고 하니 대부분 환불 요구나 신고를 포기하게 된다”며 “이렇게 피해를 본 사람이 주변에도 여럿”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씨에게 프로야구 입장권을 판매한 암표상 박모(31)씨는 “(사전 예매한) 수십 장의 표가 모두 취소돼 난감하다”는 문자만 보낸 채 잠적했다.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경찰은 현행법상 온라인상에서의 암표 거래를 단속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처벌 근거인 경범죄처벌법은 경기장, 공연장, 나루터, 정류장 등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암표 판매만을 제재할 수 있도록 돼있다. 잠실야구장 암표 거래 단속을 맡고 있는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올해부터 현장 암표 거래를 신고하면 압수한 입장권을 제보자에게 무료로 주는 포상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온라인 거래의 경우 현재로선 손을 댈 방법이 없다”고 했다.

‘온라인 암표 규제’를 골자로 한 법안이 작년과 올해 국회에서 꾸준히 발의되고 있지만 아직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온라인 암표 매매는 현장 거래와 다름없는 엄연한 불공정 거래 행위”라며 “이를 단속할 법적 근거가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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