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6000명 정규직화 끝내 무산
쪼개기 계약 관행 개선하고
정규교원 수준 처우 방침에도
“정부, 현실성 없는데 졸속 추진
노노갈등만 부추겨” 비난 봇물
전국 기간제 교사 4만6,000여명이 정부의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최종 제외됐다. 이들과 함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해 온 7개 학교강사 직종 중 영어회화 전문강사, 초등 스포츠강사 등 5개 직종 역시 정규직 전환이 무산됐다. 유치원 돌봄교실과 방과후교실 강사 1,000명 가량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이를 두고 정부가 국정 목표로 내세운 ‘비정규직 제로(0)’란 명분에만 얽매여 ‘현실 가능성 제로(0)’라고 평가 받던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 등을 졸속으로 추진하려다 학교 구성원들 간의 ‘노노 갈등’만 부추겼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임용고시를 거친 정규 교사들과의 공정성 논란이 충분히 예고된 상황에서 섣부른 정책으로 기간제 교사들에게 ‘희망고문’만 안긴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교육부는 지난 7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추진 계획’의 후속조치로 이 같은 내용의 ‘교육분야 비정규직 개선 가이드라인’을 11일 발표했다. 교육부는 정부 지침에 따라 지난달 8일 정규직 전환 심의위원회(심의위)를 구성해 7차례 심의를 거쳐 이런 방침을 확정했다. 가장 갈등이 첨예했던 기간제 교사들이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신익현 교육부 지방교육지원국장은 “정규직 교원 채용에서 사회적 형평성이 어긋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전국 기간제 교사는 국공립 3만2,000여명, 사립 1만4,000여명 등 4만6,000여명에 달한다. 영어회화 전문강사의 경우 정규교원 확대를 통해 해결됐어야 하는 영어교사 부족 문제를 예외적인 선발을 통해 해결했다는 점에서 채용의 공정성을 저해할 수 있고, 초등 스포츠강사는 애초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선발이 시작됐기 때문에 제외됐다는 게 교육부 설명이다.
다만 교육부는 방학에 월급을 주지 않기 위해 방학 직전 계약을 종료하는 일명 ‘쪼개기 계약 등 불합리한 고용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고 내년부터 정규교원 수준의 맞춤형복지(공무원 대상 후생복지 서비스) 포인트를 지급하는 등 기간제 교사 등에 대한 처우개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날 발표 이후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교육계와 노동계에서는 이럴 거면 굳이 왜 전환 심의위를 구성해 한쪽에는 희망고문을, 다른 한쪽에는 임용 불안을 부추기면서 갈등만 촉발했느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는 “이번 결과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대정부 투쟁을 예고했다. 교육부 심의위에 민주노총 추천 외부전문가로 참여했던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무기계약직 전환은 정규직 전환이라고 볼 수 없는 만큼 결과적으로 교육부문에선 정규직화를 이룬 게 하나도 없다”며 심의위원 직에서 사퇴할 뜻을 밝혔다.
교육 전문가들도 수 년간 축적돼온 갈등을 약 한달 남짓한 시간에 해결하려고 한 정부의 졸속행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용련 한국외대 교육학과 교수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모색할 방안들이 있었음에도 짧은 시간에 문제를 해결하려다 양쪽 집단의 분노만 초래했다”고 말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문제를 무리하게 강행하다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 꼴”이라며 “다만 기간제 교사의 처우개선에 집중하는 등 이제는 혼란을 봉합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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