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로 일터를 잃은 대구 서문시장 4지구 상인을 위한 대체상가 베네시움이 부실공사 논란에 휘말렸다. 문을 연 지 3주도 채 되지 않았지만 건물 곳곳에 문제가 발생해 애꿎은 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11일 오후 베네시움 지하주차장엔 환기용 송풍기가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상가건물이 10여년간 방치된 탓에 송풍기엔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었다. 게다가 지하 2층 송풍기는 두 개 중 오른쪽 하나만 작동됐다. 돌아가긴 했지만 공기를 빨아 들이는 힘은 떨어지는 듯했다. 지하 주차장 2~4층 천장과 벽면 일부에는 물이 새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못쓰는 전선은 방치돼 있었다.
소방, 수도 등의 설비가 있는 지하 4층 기계실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건물 관리인은 “손전등이 있어야 시설 점검이 가능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건물 옥상 냉난방기기 밑 부분에는 파이프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에스컬레이터 손잡이는 누구나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뜨거웠다. 의류점포 주인 박모(58)씨는 “지난 번에도 손잡이가 뜨겁다가 작동을 멈췄다”며 “일주일 새 두 번 고장 났는데 또 서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앞서 대구시는 피해 상인들에게 대체상가를 제공하기 위해 올 2월 예비비 56억원을 들여 베네시움 건물을 수리했다. 옥상 방수와 전기시설 교체, 승강기•에스컬레이터•스프링클러 등 시설 대부분을 개보수했다. 3월 설계를 거쳐 5월에 착공한 뒤 7월 준공했다. 이어 지난달 25일 개장했다.
상인과 점포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거액을 들여 단장했지만 문제가 한둘이 아니어서다. 상인들은 “곳곳이 문제투성이 인걸 안다면 손님들이 마음 놓고 찾겠느냐”며 답답해 했다. 상가 점포주들은 “시에서 낡은 건물을 고쳐준다고 해 2년6개월 동안 무상으로 상인들에게 점포를 빌려줬지만 시가 부실하게 리모델링해 우리도 피해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예산 집행상의 문제도 지적했다. 상인 길모(67)씨는 “건물 수리와 관계 없는 판매 점포의 칸막이 설치비가 예산으로 지급되면서 부실 공사를 자초했다”고 주장했다.
시는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시인했다. 물이 샌 지하주차장 벽면에 대해서는 방수공사를 다시 했다고 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10년 이상 방치된 낡은 건물이었던 만큼 새 건물로 만들 수는 없었다”며 “일부 문제된 부분은 고쳤지만 이용에 큰 지장이 없는 곳은 점검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예산을 우선순위에 따라 집행했고 상가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환경을 조성했다”며 “이후 관리는 베네시움 측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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