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무릎 영상’을 보지 않았다면 꼭 보시기 바란다. 인터넷에서 ‘무릎 영상’이나 ‘강서구 장애인 특수학교’ 등을 키워드로 치면 바로 동영상을 찾을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정부의 야만적 탄압이 세계적 공분을 자아내고 있지만, 강서구 무릎 영상에서 보이는 우리의 야만도 로힝야족 탄압의 야만성에서 결코 멀지 않다. 무릎 영상은 지난 5일 서울 탑산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갈등에 관한) 교육감-주민 토론회’ 실황을 담은 것이다.
▦ 영상 속에는 한없이 슬프고 착잡한 세 개의 장면이 나온다. 하나는 토론에 나선 장애인 학생의 엄마 모습이다. 반대 주민들의 야유 속에 마이크를 잡은 엄마의 목소리는 감정에 무너지지 않으려는 안간힘으로 이미 떨리고 있다. 엄마는 “장애를 배려해 달라는 게 아니다”고 말한다. 강서구 특수학교엔 정원이 차서 강서구 장애 청소년들이 이미 10년 전부터 두 시간이나 이동해야 하는 구로구 학교를 다녔다. 새로 하나를 더 지어도 부족할 지경인데 이번에도 특수학교를 짓지 말라면 대체 어쩌란 말이냐며 끝내 울음을 머금는다.
▦ 두 번째 슬프고 착잡한 장면은 바로 그 다음이다. 이미 절규에 가까워진 엄마의 호소에 반대 주민 쪽에서 일말의 주저도 없이 나온 고함은 “당신이 알아서 해!”였다. 그리고 그 한없이 차갑고, 잔인하고, 무심한 야유에 대한 엄마의 응답은 이랬다. “여러분이 욕하시면, 욕 듣겠습니다. 모욕을 주셔도 저희, 괜찮습니다. 지나가다 때리셔도 맞겠습니다. 그런데 학교는, 학교는 절대로 포기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특수학교 건립을 호소하는 장애인 부모들이 반대 주민들 앞에 단체로 무릎을 꿇는 장면이 나온다.
▦ 하지만 가장 착잡한 장면은 따로 있다. 엄마가 호소하는 동안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는 국회의원의 모습이다. “갈등이 이렇게 큰데 왜 (특수학교 건립을) 밀어붙이냐”며 어정쩡한 소리를 했던 바로 그 사람이다. 특수학교 반대하는 주민들도 딱하지만, 정작 한심한 건 사회갈등 해소의 권한과 수단을 쥐고 있는 정치와 행정이 그 지경이 되도록 갈등을 방치한 것이다. 국유지건 시유지건 가장 좋은 자리를 마련하고, 최고 수준의 주민 편의시설을 병설해 서로 장애인학교를 유치하려고 나서도록, 대체 왜 못하는 건가.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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