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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집권 네 달, 초심으로 돌아가라

입력
2017.09.1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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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불평등과 경제적 격차의 완화는 구체제의 청산이 전제돼야 한다.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때 정치관여와 선거개입으로 선거민주주의를 근본부터 훼손한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일탈과 권력을 남용한 행위의 응징이 단순한 과거사 청산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사회적 불평등 구조의 타파를 위한 제도적 혁신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적폐’ 해소는 임기 동안 지속적 추동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과연 지금의 정당구도로 가능한까.

현재의 정당체제가 지속된다면 다음 총선 전까지 집권세력은 끊임없이 ‘협치 부재 혐의‘로부터 자유롭기 어렵다. 제1야당의 정치사회적, 경제적 관점은 집권세력의 그것과는 괴리가 크다. 공영방송 파업을 보는 시각, 북핵 위기 해법, 성장의 방법론, 역사관, 사회적 격차 해소책 등 어느 하나 공통분모를 찾기 어렵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은 사안에 따라 관점과 해법이 다르지만 사회경제적 의제를 관통하는 일관된 흐름을 찾기 어렵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책과 이념지향에서 집권세력과 친화적인 정의당은 소수 정당이다. 이러한 한계는 정당체제의 개편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

정당구도의 변화는 기본적으로 선거를 통해 이뤄진다. 1988년의 13대 총선거는 한국정당체제에서 최초로 여소야대 의석분포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중대선거(critical election)는 정당체제의 재정렬은 물론 정당의 이념분포에 따라 사회적 합의의 결정적 방향전환을 가져올 수 있다. 내년 지방선거가 변곡점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지방선거 결과에 따른 정당의 이합집산 가능성과 지방선거 전 정당 간, 특히 야당의 연합공천 등 선거연합이 형성될 수 있다. 게다가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이뤄질 선거제도와 지방분권 등 개헌 내용도 다음 총선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선거가 정당체제 개편으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지방선거 결과가 입법부 의석 분포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여야의 소통과 협치를 통한 정치적 합의를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실제 정치공간에서 우리의 정당문화가 협치를 통한 합의제 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할 수 있느냐다. 게다가 강고한 이념적 굴레에 매몰되어 있는 보수정당의 존재는 더욱 문제를 꼬이게 한다.

물론 대통령과 여당이 보다 적극적으로 야당을 설득하고 소통해야 한다. 정치공학적 계산이 작동하는 현실정치에서 대통령의 협치 노력 부족을 마냥 탓할 일만도 아니다. 또한 대통령이 직접 국민을 설득하고 시민적 동의를 바탕으로 야당을 압박함으로써 국정과제를 밀어붙인다면 야당은 바로 ‘좌파 포퓰리즘 독재’라는 해괴한 프레임을 꺼내 들 게 뻔하다.

이미 사퇴한 박기영 교수나 이유정 변호사, 시대착오적 역사관으로 지지층의 외면까지 받는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등의 인선이 문재인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 이런 인물의 발탁이 정부 출범 초의 참신한 개혁인사에 찬사를 보낸 민심과 동떨어져 있음을 집권세력은 직시해야 한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인사는 필경 현 정부의 도덕적 권위와 개혁 추동력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반도 주변 상황도 정부를 외골수로 몰아가고 있다. 미·중 강대국의 전략적 이해각축에서 정부의 상대적 자율성은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집권 넉 달이 지났다. 촛불민심의 기저인 ‘적폐청산’의 정권친화적 요인들이 북핵 위기와 최근의 인사 잡음으로 금이 가고 있다. 안보와 인사 등에서 부정적 변수를 전략적으로 관리하지 못하면, 촛불민심의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건 시간 문제다. 안보변수가 ‘청산과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권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복합적이고 심대한 대내외적 위기들이 닥쳐오고 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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