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됐든,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도 열린다.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 체제에서 치르는 마지막 영화제다. 부산영화제가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 상영 문제로 부산시와 갈등을 빚으며 좌초 위기에 처한 2015년 구원투수로 취임한 두 사람은 올해 영화제를 끝으로 물러난다.
11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22회 부산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 이사장은 “지난해 7월 임시총회에서 (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정관 개정을 했고 지난해 영화제를 무사히 치른 것으로 1차적인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퇴진 이유를 밝혔다. 강 집행위원장은 “어떤 상황에서든 영화제는 개최돼야 한다는 목표 아래 올해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는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이빙벨’을 상영한 이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며 여러 수난을 겪었다. 감사원의 표적 감사와 부산시의 고발,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해촉 등 일련의 사태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훼손 당했고, 정부 지원금 삭감과 영화단체들의 보이콧으로 지난 2년간 영화제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지난달에는 사무국 전체 직원들이 이 전 집행위원장의 복귀와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 등을 요구하며 집행위원회에 대한 불신임 의사를 표명한 성명을 발표해, 올해 영화제가 내부 분열로 새로운 위기에 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컸다. 김 이사장과 강 집행위원장의 사퇴 결심으로 갈등은 봉합됐으나, 리더십 공백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영화제 이후 새로운 집행위원회 구성을 두고 또 다른 논란과 갈등도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궐위돼 있을 때는 이사회의 최연장자가 직무 대리를 하기에 후임자 선임까지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불명예 퇴진에 대한 소회도 털어놓았다. 김 이사장은 “어렵사리 강 집행위원장을 모셔와 영화제 개최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영화제를 이끌어왔는데 소통이 안 된다는 이유로 강 집행위원장이 왜 갑자기 물러나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서운함을 내비쳤다. 강 집행위원장도 “영화제 내부의 문제든 외부의 문제든 집행위원장이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면서도 “영화제에 온 이후부터 지금까지 3년 내내 위기의식과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토로했다.
부산영화제는 내달 12일부터 21일까지 부산시 영화의전당과 CGV 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등 5개 극장에서 열린다. 75개국 영화 298편이 상영된다. 개막작은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이, 폐막작은 대만 실비아 창 감독의 ‘상애상친’이 선정됐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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