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심 짧아 전략핵과 구분 무의미
“괌 B-52가 신속 대응에 더 유리”
동북아 전략적 균형 깨트려
中ㆍ러 반발 속 日 핵무장 빌미로
내년 美와 방위비분담금 협상
떠안아야 할 안보 부담 가중 우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전술핵을 한반도에 재배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핵에 핵으로 맞서는 공포의 균형을 통해 도발을 억제하자는 논리다. 하지만 군사ㆍ정치ㆍ경제적으로 우리가 떠안아야 할 부담이 만만치 않다. 정부도 딜레마를 알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측면이 다분하다.
평양 때리면 전략핵이나 마찬가지
핵 앞에 굳이 ‘전술’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냉전시기 미소간에 대륙을 넘어 직접 겨누던 전략핵과 다르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눈앞의 전장에서 사용하고, 사거리가 짧은 경우 전술핵으로 통칭한다. 위력도 100kt(킬로톤ㆍ1kt은 TNT 1,000톤 폭발력) 이하로 낮은 편이다.
문제는 핵무기의 효과인데 전장이 좁은 한반도의 경우 전술과 전략핵의 구분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미군이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할 경우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기종인 B61 핵폭탄이나 순항미사일에 장착하는 W80 핵탄두 모두 전술핵으로 분류하는 무기다. 유사시 전투기에 탑재한 B61이나 한반도 해역에서 W80을 탑재한 순항미사일로 휴전선에서 고작 180㎞ 떨어진 평양을 타격한다면 이미 전술ㆍ전략의 개념을 넘어선다. 구소련의 기갑부대가 대규모로 밀고 내려오는 것을 막기 위해 전술핵을 배치한 유럽의 경우와는 사정이 다르다. 정부 소식통은 11일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 전술핵과 전략핵의 구분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술핵이 미국의 핵우산이나 확장억제에 비해 실제 유용한지도 논란이다. 군산에 배치한 전술핵보다 오히려 괌의 B-52폭격기가 대북 응징에 더 신속하게 동원될 수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미국의 핵무기 사용은 공간이 아닌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핵도미노와 안보비용 후폭풍도 부담
주한미군이 전술핵을 소유하고 통제하는 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위반은 아니다. 특히 중국을 압박해 북한을 대화에 응하도록 유도하는 극약처방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사문화된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보류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반면 한반도의 전술핵은 동북아의 전략적 균형을 깨는 상징적인 조치로 비친다. 중국, 러시아의 거센 반발과 일본의 핵무장에 빌미가 될 것이 뻔하다. 남남갈등이 고조되고 국론이 분열되는 것은 물론, 비핵화의 명분을 상실한 정부는 국내외에서 협공을 당할 수도 있다. 국내 보수진영에서 터져 나오는 전술핵 재배치 요구에 청와대와 정부가 선을 그으며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도 정치적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전술핵 재배치는 대중 지렛대와 협상용 카드로 사용할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까지 가세해 전술핵 재배치 여론을 띄우면서 셈법이 더 복잡해졌다. 전술핵은 어디까지나 미군의 무기인 만큼, 우리가 의존할수록 반대급부로 지불해야 할 안보비용은 커지기 마련이다. 내년부터 본격화할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앞두고 상당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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