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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이 작가에게 방 제공? 실제로 있네!

입력
2017.09.11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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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윤 소설가가 서울 명동 프린스 호텔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 2014년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호텔 705호에 한달 여 묵은 작가는 이 호텔을 배경으로 한 단편 '순환의 법칙'을 발표했다. 프린스 호텔 제공
안보윤 소설가가 서울 명동 프린스 호텔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 2014년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호텔 705호에 한달 여 묵은 작가는 이 호텔을 배경으로 한 단편 '순환의 법칙'을 발표했다. 프린스 호텔 제공

최영미(56) 시인이 10일 서울시내 한 특급호텔에 1년간 투숙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자신의 계정에 올린 후 구설에 올랐다. 호텔에 제안할 수는 있지만 제안 사실 자체를 공개한 건 유명세를 이용해 압력을 가하려는 ‘갑질’이라는 게 비난의 요지다. 시인이 SNS에 해명 글을 몇 차례 올렸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독자들에게는 엉뚱한 제안처럼 보이지만, 문인에게 집필 장소로 호텔을 제공한 사례는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중구 프린스 호텔로 2014년부터 레지던스 프로그램(단기 거주하며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운영해 매년 작가 12명을 선정, 숙식을 제공해오고 있다. 이의구 프린스 호텔 총무관리팀 부장은 “윤고은 작가가 호텔에서 신춘문예 공모를 준비했다는 에세이를 2013년 한 잡지에 발표했고, 호텔 직원이 이 글을 보고 작가들이 호텔에 묵으며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소설가의 방’을 만들자고 제안해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호텔은 1~3개월 사용 가능하고 하루 세끼와 음료를 제공한다. 제주 남원읍에 있는 호텔 소유 직원용 빌라는 1~6개월 사용 가능하고 취사시설을 쓸 수 있다. 참여 작가가 원하면 호텔 로비에서 낭독회를 열어준다. 시행 첫 해 70여명이 지원한 이 사업은 올해 하반기 6명 모집에 24명이 지원할 만큼 인기가 꽤 높다. 지원 조건은 없으나 안보윤, 서진, 전석순, 김경희, 김혜나, 이은선, 황현진, 정지향 등 시행 첫 해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선정된 작가들은 호텔을 주제로 쓴 단편소설을 썼고, 이 작품을 모은 소설집 ‘호텔 프린스’(은행나무)를 올해 초 출간했다. 이의구 부장은 “레지던스 기간이 끝나면 일반 객실로 이용하는데, 몇몇 객실은 독서대를 설치하고 작가가 집필한 기간을 표시 언어별로 소개하고 있다”며 “여건이 되는 한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 호텔에 장기 투숙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미국 아이오와 대학이 1967년부터 운영 중인 국제창작프로그램으로 작가가 매년 3~6개월씩 대학 내 아이오와 하우스 호텔에서 머물며 여러 문화행사에 참가하고 작품을 쓰거나 여행을 한다. 한국은 문화예술위원회 지원 사업으로 1970년 황동규 시인을 시작으로 최인훈, 정현종, 김윤식, 문정희, 하일지, 최승자, 황지우, 나희덕, 김영하, 조경란, 한강, 강영숙, 김경욱 등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했다. 2015년 이 호텔을 이용한 김유진 소설가는 이때 경험을 바탕으로 에세이 ‘내가 머문 아이오와 일기: 걸어본다’(난다)를 내기도 했다.

호텔급은 아니지만 펜션이 작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우도 있다. 2015년 전북 부안군 변산반도 인근 펜션 변산바람꽃이 방 다섯 개를 문인 창작실 3개, 습작생 창작실 2개로 바꿔 ‘문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 작가 20여명이 거쳐갔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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