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관측 이래 9월 최대 폭우
시내 도로 침수ㆍ항공편 결항
600여 초중고교 임시 휴교 조치
통보 늦어 폭우 뚫고 등교 ‘분통’
11일 새벽 부산과 울산, 경남 등 남부지방에 시간당 최대 116㎜의 집중호우가 내려 주택이붕괴하고 도로가 침수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부산에서는 1934년 기상관측 이래 9월 하루 강수량으로는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기상청의 빗나간 예보로 출근길 직장인과 학생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이날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 부산에는 영도구 358.5㎜, 강서구 가덕도 283.5㎜, 남구 대연동 271㎜ 등을 기록했다. 특히 영도구는 시간당 116㎜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애초 기상청이 부산을 포함한 남부지방에 최대 150㎜의 비를 예보했으나, 실제 부산 영도구에 350㎜가 넘는 비가 내리는 등 곳곳에서 200㎜ 이상 폭우가 쏟아지면서 또다시 ‘부실 예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게다가 부산시교육청의 늑장조치까지 더해져 등굣길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시교육청은 이날 오전 7시 43분쯤 임시휴업(유치원 404곳, 초등학교 308곳, 중학교 174곳, 고등학교 144곳)을 지시했지만 통보가 늦은 곳은 오전 8시 10분을 전후로 학부모 등에 임시휴업을 통보해 일부 학생은 등굣길에 올랐다 되돌아 오는 혼선을 빚었다.
고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임모(44ㆍ부산 동래구)씨는 “등교했던 딸이 학교가 쉰다며 교복이 흥건하게 젖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오전 6시 50분쯤 호우경보로 격상된 후 최대한 서둘러 임시휴업을 지시했다”며 “일선 학교별로 통보 시간이 달라 각 가정에 뒤늦게 알려진 곳도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도로침수와 빗길 교통사고 등도 잇따랐다. 이날 오전 8시 30분쯤 금정구 장전동 편도 2차선에서 시내버스와 승용차가 정면 충돌해 운전자와 승객 등 15명이 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항공편 결항도 잇따랐다. 김포공항을 출발해 오전 8시 5분쯤 김해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던 대한항공 항공편 등 15편이 결항됐고, 호찌민발 베트남항공 4편도 회항했다.
울산에서도 최고 130㎜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도로가 침수되고 항공기가 잇따라 결항하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경남에도 최고 300㎜ 이상 비가 내리면서 침수와 토사유출·산사태 등 피해가 잇따랐다. 308㎜의 물폭탄이 쏟아진 거제에서는 양정동 14번 국도 등 일부 도로가 물에 잠기고 김해시 장유동 삼문초등교 후문 앞길과 전하동 전하교∼롯데마트 등 시내 도로 14곳은 갑자기 내린 비로 침수됐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형과 결합해 국지적으로 내리는 호우는 예측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150㎜ 이상의 비의 경우 호우특보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사전에 폭우의 위험성은 충분히 알리고 있다”고 전했다.
기상청은 부산을 비롯한 남부지방의 갑작스런 폭우는 강한 저기압에 더해 지형적인 원인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날 경남 남해안 인근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던 고온다습한 저기압이 강한 남서풍을 타고 바다를 따라 빠르게 올라오다가, 육지와 처음 만나는 이 지역에서 속도가 느려진 탓이라는 것이다.
거제=이동렬 기자 dylee@hankookilbo.com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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