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발트 3국 국경봉쇄 능력 과시, 나토 동맹 흔들려는 의도”
감시단 피하려 인원 축소 의혹도
스웨덴ㆍ우크라이나도 경계
러시아군이 서부 국경에서 대대적인 ‘자파드(서쪽)’ 군사 훈련을 준비하는 가운데 인접한 발트해 국가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등이 긴장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14일부터 20일까지 이웃 동유럽 국가 벨라루스와 공동으로 군사훈련을 펼친다. ‘자파드(서쪽)’로 불리는 군사훈련의 예상 작전지역은 러시아의 발트해 연안 월경지인 칼리닌그라드주를 비롯해 에스토니아ㆍ라트비아ㆍ리투아니아 등 이른바 발트 3국과 인접한 국경지대를 전부 포함한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이번 훈련은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라며 선을 그었지만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사실상 발트3국 봉쇄능력을 과시하고 나토 동맹을 흔들려는 의도가 드러났다고 봤다.
러시아는 벨라루스군 7,200명, 러시아군 5,500명 등 총인원 1만2,700명과 전차 250대, 전함 10대 등이 동원된다고 발표했지만 서구 전문가들은 발표 규모는 눈속임일 뿐 실제로는 최대 8배인 10만여명이 동원될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러시아가 군사훈련에 병력 1만3,000명 이상이 동원될 경우 국제협약에 따라 나토의 감시단 파견을 허용해야 하지만, 이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참여인원을 축소해 발표했다는 것이다.
나토와 발트해 국가들은 긴장 속에서 담담하게 대응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유럽을 위협하는 대규모 군사활동은 포착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동서충돌이 발생할 경우 최전선에 놓이는 발트해 국가에서는 나토의 결속력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위리 루이크 에스토니아 국방장관은 영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전선에서 동맹 군사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군사적 솅겐(역내 자유이동)’ 체제를 수립해야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침공 같은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토는 올해 초부터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으로 4개 대대 4,500여명을 순환 배치해 오고 있다.
다른 동유럽 국가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스웨덴은 11일부터 23년 만에 최대 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한다. 수도 스톡홀름과 발트해 가운데 있는 고틀란드섬을 향한 공격을 가정한 훈련으로, 고틀란드섬은 미군이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이라 부를 정도로 발트해 장악에 핵심 역할을 하는 군사거점이다. 나토의 일원이 아닌 스웨덴의 군사훈련에 미군 1,000명이 동참하는 점도 스웨덴의 군사훈련이 러시아의 위협에 대한 대응 차원임을 보여준다.
친러 반군과 내전 중인 우크라이나 정부도 국경 경비 증강에 나섰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7일 의회 국정연설에서 “러시아는 자파드 훈련을 통해 대륙 차원의 공격전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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