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독일의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베를린필)의 차기 수석지휘자 선출 소식이 들려 온 2015년 음악계는 들썩였다. 러시아 출신의 유대인, 게다가 오페라 지휘를 주로 해 온 키릴 페트렌코(45)가 독일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의 차기 수장으로 선출됐기 때문이다. 베를린필은 단원들의 현장 추천과 투표로 수석지휘자를 선출한다.
베를린필 수석지휘자 임기는 2019년부터 시작되지만 페트렌코에 대한 클래식계의 관심은 지대하다. 페트렌코는 현재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독일 바이에른슈타츠오퍼(바이에른국립오페라단) 오케스트라와 함께 1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친다.
바이에른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는 17세기 중반 세워진 독일 최초의 오페라 전용 극장인 바이에른슈타츠오퍼 소속 오케스트라다.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오스트리아 빈 슈타츠오퍼와 함께 유럽의 오페라를 이끌어 왔다. 이 오케스트라는 오페라 반주가 주 임무지만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만으로 구성된 관현악 곡을 연주할 때도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뮌헨 필하모닉과 더불어 뮌헨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로 손꼽혀 왔다. 페트렌코는 2013년 부임해 이 오케스트라 역량을 더욱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페트렌코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리고 리허설과 공연 이외에는 음악가들과의 교류도 극히 제한적이라고 알려졌다. 페트렌코는 베를린필의 새 수석지휘자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도 불참하고 성명으로 소감을 전했다. 이번 내한 공연을 앞두고도 일체의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페트렌코는 바이올리니스트, 음악학자인 부모 아래에서 자라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웠다. 오스트리아로 이민 후 빈 국립음대에서 피아노와 지휘를 공부했다. 우로시라조비치, 정명훈 등을 사사했다. 1995년 오스트리아 볼라르베르크에서 지휘자로 데뷔했고, 2001년 독일 마이닝겐 궁정 극장에서 바그너의 반지 4부작을 4일 연속으로 상연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독일에서 가장 권위있는 성악 잡지 ‘오페른벨트’가 선정하는 올해의 지휘자에 연거푸(2007ㆍ2009ㆍ2014ㆍ2015) 선정됐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말로 교향곡 5번과 라흐마니노프의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을 연주한다. 특히 말로 5번은 베를린필,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등 그가 객원지휘를 할 때마다 호평 받아 오페라뿐 아니라 관현악에도 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 곡이다. 페릴렌코는 베를린필 차기 수석지휘자로 임명된 이후에도 2021년 가을까지 객원으로 바이에른슈타츠오퍼를 이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