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식사에 수면제 먹여 재운 뒤
집밖에서 기다리던 내연남 불러 목 졸라
남편 명의 공과금 꼬박꼬박 납부 범행 은폐
가정불화 끝에 내연남과 함께 남편을 살해, 암매장한 뒤 재산을 빼돌린 50대 여성이 범행 4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이 여성은 범행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건 이후에도 남편 명의의 공과금을 꼬박꼬박 내는 등 치밀함을 잊지 않았다.
대구경찰청은 11일 남편을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등) 등으로 아내 A(56)씨와 내연남 B(55)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13년 11월 7일 오후 9시쯤 대구 수성구 한 아파트에서 남편 C(당시 52세)씨에게 수면제를 탄 밥을 먹게 해 잠들게 했다. 집 밖에서 대기하다 A씨의 연락을 받고 들어온 B씨는 C씨를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다음날 새벽 A씨와 함게 대구 달성군 C씨 소유 나대지로 시신을 옮긴 뒤 미리 파 놓은 구덩이에 암매장했다.
이들은 주변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C씨가 내야 할 공과금도 빠짐없이 꼬박꼬박 납부했다. A씨는 B씨에게 빌려주는 형식으로 2,500만 원을 건넸고, B씨는 채무상환을 하는 것처럼 C씨 명의 계좌로 매달 6개월간 모두 1,000만 원을 송금해 C씨의 공과금이 자동이체되도록 했다. 또 이후에도 숨진 C씨가 내야 할 공과금을 빠뜨리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을 지난 5월 대구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이 “한 남성의 행방이 수년째 묘연하다”는 풍문을 듣고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찰은 숨진 C씨와 주변인에 대한 탐문수사 중 남편이 숨진 뒤 아내가 위임장 등을 위조해 남편의 재산을 모두 명의이전한 점 등을 확인,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 범행전모를 밝혀냈다.
경찰은 아내 A씨 등의 진술에 따라 대구 달성군의 한적한 곳에 있는 나대지를 파내려 간 결과 지하 1m 정도 깊이에서 백골 상태의 남편 시신을 찾아냈다.
사건발생 10여 년 전부터 동거해 온 A씨와 C씨는 2013년 4월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했지만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갈등 끝에 그해 11월 A씨 등이 C씨를 숨지게 했다. A씨는 남편만 사라지면 남편의 재산을 처분해 내연남과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범행한 뒤 내연남과 동거했지만 수개월만에 별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C씨에겐 본처 소생의 아들이 2명이나 있었지만, C씨가 본처와 이혼 후 연락을 않고 지내는 바람에 경찰이 연락할 때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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