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 앞다퉈 모시기
M&A 등 법 지식 필요 사업 증가
금융ㆍ무역 등 비즈니스 최전선에
10년 만에 인원 열배로 늘었지만
법조인 배출 적어 기업은 구인난
‘법조인’이라 하면 전통적으로 선망의 대상인 판ㆍ검사나 대형 로펌 변호사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본에선 최근 들어 기업 소속으로 일하는 ‘사내(社內) 변호사’가 법조인의 대세로 불리기 시작했다. 기업지배구조 관리에 대한 회사측의 관심이 증가한 데다, 정보기술(IT) 기업일수록 법률적 검토가 필요한 신규사업이 많아서다. 이처럼 사내변호사에 대한 수요는 치솟지만 정작 인력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기업들이 구인난에 애를 먹는 분위기이다.
일본 업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법무부문 인력을 최근 보강해 관련 직원 12명 가운데 7명이 일본이나 미국 변호사자격을 갖고 있다. 이들은 계약서 작성단계부터 대형 M&A(인수합병) 이슈 등 기업의 사활이 걸린 비즈니스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일본조직내변호사협회에 따르면 6월말 현재 937개 기업에서 1,931명의 사내변호사가 근무중이다. 2007년(104개 기업ㆍ188명)에 비하면 10년만에 회사 수나 인원이 10배로 늘어간 것이다.
특히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IT기업들이 변호사 채용에 매달리는 추세다. 야후재팬은 28명이나 보유해 사내변호사수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엔 변호사가 아닌 내부직원을 법무부서에 배치해 노하우를 직접 습득도록 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러나 첨단분야일수록 법률적 리스크가 큰 데다, 외부 로펌에 자문을 요청하면 시간과 비용이 더 든다고 한다.
금융기관이나 무역상사들도 IT기업에 뒤질세라 사내변호사 규모를 키우고 있다.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은행은 5년전 10명에서 현재 20명으로 두 배를 늘렸다. 미쓰비시(三菱)상사도 16명에서 20명으로 보강했다.
하지만 정작 수요 증가에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변호사를 고용하고 싶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아 ‘초유명기업’조차 조건에 맞는 변호사를 구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라며 “사법시험 합격자수 감소도 한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일본에선 2008년 이후 사법연수를 마친 뒤 매년 1,400~1,700명 정도가 법률사무소에 취업해 왔다. 하지만 사법시험 합격자는 2014년부터 2,000명 아래로 떨어져 작년엔 1,583명 수준에 머물렀다. 검사와 판사는 물론 기존 법률사무소의 고정수요도 맞추기 힘들어졌다. 법조인이 많아지면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가 합격자수를 빠듯하게 조절한 탓이다.
기업들은 사법연수제도가 사내변호사 육성에 맞지 않는다는 불만도 제기하고 있다. 연수과정에서 법원ㆍ 검찰청ㆍ법률사무소의 모든 업무를 체험하지만 기업업무는 빠져있다. 또 연수가 끝나는 12월~1월에 신입 법조인이 배출돼 기업으로선 ‘중도채용(수시채용)’에 해당된다며 4월의 신규일괄채용과 일정이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절차와 규제가 중시되는 일본 특유의 답답함도 한 몫하고 있다.
도쿄=박석원 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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