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학기 맞아 수업마다 스터디
3, 4명 꾸려 필기 완벽 복원도
수강 1순위도 학점 후한 강의
서울대생 이모(24)씨의 학기는 ‘스터디(여럿이 모여 같은 분야나 내용을 공부)’로 꽉 차 있다.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강의마다 수강생 서너 명과 스터디를 꾸렸기 때문. 주로 하는 일은 수업 중 교수가 하는 말을 몽땅 기록하는 것. “사소한 농담도 빼먹어선 안 된다”는 게 이씨 설명이다. 수업이 끝날 때마다 스터디원들이 각자의 필기를 대조하며 빠진 부분을 채우고, 그렇게 하나의 완벽한 수업노트가 탄생한다. “거의 대본이나 다름없다”며 “학점 관리가 지상 목표나 다름없는 학생들에게 스터디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새 학기 대학가에 학점 관리 스터디가 활발하다. 취업난에 학점은 입사 전형의 ‘기본 중 기본’인 데다, 취업의 사전 관문으로 꼽히는 인턴, 심지어 봉사활동 지원에조차 필수 기재 요소로 자리 잡은 탓이다. 10일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에 따르면, 지난해 대학생 1,205명 대상 조사에서 ‘학점을 받기 쉬운가(16.2%)’ 여부가 수강 신청 고려 조건 1위에 올랐을 정도다. 대학생 지모(26)씨는 “수강 신청 후 학내 커뮤니티 등에서 스터디원을 구하는 건 일반적인 일이 됐다”고 했다.
스터디 운영 방식은 비슷하다. 먼저 수업 중 노트필기나 녹취파일을 공유해 수업을 완벽하게 복기한다. 공부할 양이 많으면 각자 몫을 나눠 공부한 뒤 서로 가르쳐 준다. 어렵게 손에 쥔 예상문제는 스터디 내부에서만 공유한다. ‘다른 수강생들을 제쳐야 한다’는 분명한 목표가 있는 만큼 “벌금, 벌점 제도가 없어도 잘 운영된다”는 게 경험자들 얘기다. 인원이 적으면 구성원이 이탈할 위험과 1인당 부담할 몫이 늘어날 우려가 있고, 인원이 많으면 무임승차자가 생길 수 있어 “4명 정도가 적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입학과 동시에 ‘학점에 올인(All-in) 하겠다’ 마음먹은 학생들은 아예 ‘검증’된 친구들과 재학기간 내내 함께 움직이기도 한다. 졸업 후 로스쿨에 진학한 이모(25)씨는 “공부 잘하고, 성실한 고교동창 3명과 시간표를 맞춰 4년 내내 같이 들었더니 학점을 잘 받은 건 기본, 매 학기 스터디를 새로 구해야 하는 수고도 덜었다”라며 “사정상 수업을 함께 듣기 어려울 땐 각자 괜찮은 친구를 스터디 멤버로 추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학점 지상주의에 대한 반론도 있다. 대학생 김모(23)씨는 “학문적, 개인적 호기심보단 수업내용 100% 암기, 좋은 스터디 구성에만 혈안이 된 건 ‘주객전도’라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