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훈장 동백장 수상
“57년 동안 900여명의 무연고 어르신들을 손수 땅에 묻었더니 어느덧 제가 그분들의 나이가 됐네요. 저는 여전히 노인들의 맏아들입니다.”
지난 7일 노인복지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동백장의 영예를 안은 광주 이일성로원 손문권(74) 대표이사는 무연고 노인들의 맏아들임을 자처했다.
손 대표가 노인복지에 헌신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 16세 시절부터다.
그는 광주에서 노인과 고아,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을 돌보는 시설을 세운 양어머니 이정희씨를 도와 농사 지어 식량을 마련하고 가축과 양잠 등으로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손이 부르트도록 일했다.
돌보던 어르신이 안타깝게 세상을 등지면 국가에서 장례비 등이 지원되지 않던 시절에는손수 관을 짜고 염을 해 시신을 지게를 지어 법인 소유의 산에 안치했다. 그렇게 57년 동안 920명의 노인의 장례를 직접 치렀다.
그와 함께 지낸 노인은 모두 1,018명으로 일부 노인은 30년 이상 생활한 경우도 허다했다. 혹시 세월이 지나 후손이 찾을까 봐 200여기의 묘지를 벌초하고 위치까지 기록으로 남겼다.
그는 1990년대 초반에는 결핵 전염을 막고자 분리수용 할 수 있는 요양원을 제안해 전국 1호 요양원을 허가받기도 했다. 1992년에 노인 고독사 문제가 심각함을 자각하고 광주시에 제안해 4,000명 이상의 홀몸노인을 돌보는 재가서비스를 마련해 전국 우수 사례로 전파하기도 했다.
1999년부터 광주 북구노인종합복지관을 위탁 운영 중이며 양로시설인 이일성노원은 3년 주기 복지부평가에서 2002년부터 5회 연속 우수기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복지부는 “손 대표가 양로, 요양, 재가, 노인여가시설을 직접 운영하면서 우리나라 노인 복지가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현장에서 묵묵히 헌신한 점을 인정받았다”고 국민훈장 수여 취지를 설명했다.
손 대표는 “어르신들에게 맏아들 역할을 하다 보니 어느덧 저도 비슷한 연배가 됐다”며 “나이는 먹었지만 여전히 맏아들처럼 어르신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고 도우며 예전과 똑같은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김종구 기자 sor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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