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믿기지 않습니다. 결선 연주 때는 정말 지치고 힘든 상황이었는데 무대 올라가는 순간 저도 모르게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
또 한 명의 콩쿠르 우승자가 탄생했다. 피아니스트 손정범(26)은 8일(현지시간) 독일에서 폐막한 제66회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ARD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다. 10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손정범은 “얼떨떨하다”면서도 벅찬 소감을 전했다.
1952년 시작된 ARD 콩쿠르는 기악, 성악 등 클래식 분야를 망라하는 독일 최고 권위의 콩쿠르다. 2009년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 2013년 비올리스트 이유라가 각각 자신의 분야에서 1위에 올랐다. 피아노 부문에서는 1973년 정명훈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이 2위를 차지한 이래 피아니스트 김다솔, 한지호 등 수많은 연주자가 우수한 성적을 거뒀지만, 우승은 손정범이 처음이다. 올해 피아노 부문에는 34명의 쟁쟁한 피아니스트들이 결선에 올랐다. 손정범은 결선에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연주해 호평 받았다.
손정범은 1999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해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 입학했다. 졸업 후 독일 뮌헨 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뮌스터 음대에서 아르놀프 폰 아르님을 사사하고 있다. 손정범에게 ARD 콩쿠르의 의미는 남다르다. “결선 연주를 한 헤라쿨레스 홀에 학생일 때 자주 갔었어요. 그때 대가들의 연주를 보며 ‘나도 꼭 저기서 연주를 해야지’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좋은 자극이 된 것 같아요.”
손정범은 2011년 조르지 에네스쿠 국제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 2012년 스위스 제네바 국제음악콩쿠르 폴 스트레이트 특별상, 2014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3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그럼에도 이번 콩쿠르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그는 “1라운드에서 5곡을 연주했는데 바로크시대부터 현대음악까지 범위가 넓었다”며 “리게티의 곡의 경우 이번 콩쿠르에서 첫 연주이기도 하고 곡이 난해하기도 해서 심리적으로 부담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서양 문화인 클래식 음악 연주자로서 입지를 넓히기 위해 콩쿠르 도전이 아직까지는 필요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현지에서 이름을 알리기에 가장 빠른 방법이기도 하고, 연주 기회를 얻기에 콩쿠르 외 다른 방법은 쉽지 않아요.” 이번 콩쿠르의 우승 결과로 기회는 벌써 찾아왔다. 손정범은 다른 2명의 피아노 부문 수상자와 함께 이달 13~15일 수상자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뮌헨 방송교향악단, 뮌헨 챔버 오케스트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연달아 함께 연주한다.
손정범에게 목표를 묻자 20대 젊은 피아니스트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우선은 푹 쉬고 싶어요. 앞으로 연주자로서의 방향도 진지하게 고민하며 더 발전하는 연주자가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독일 거주 중인 손정범은 이달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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