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길서 네 마리가 달려들어 봉변
경찰 “목줄도 안 해… 조사 후 입건”
한밤중에 목줄을 하지 않고 돌아다닌 멧돼지 사냥개 네마리가 산책을 하던 40대 경찰관 부부를 물어 중상을 입혔다.
10일 전북 고창경찰서에 따르면 8일 오후 10시20분쯤 고창군 고창읍 고인돌박물관 산책로를 걷은 경찰관 고모(46)ㆍ이모(45ㆍ여)씨 부부가 사냥개 4마리에 물려, 광주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 당시 고씨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개와 사투를 벌인 끝에 뿌리치고 아내에게 다가가 이씨의 팔을 물고 있는 다른 개를 위협해 물리쳤다. 조금만 더 늦었다면 목숨까지 위험할 뻔한 아찔한 순간이었다.
아내 이씨는 오른쪽 팔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다리 등 7군데나 물렸고, 남편 고씨는 엉덩이 몇 군데에 큰 이빨 자국이 나는 피해를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부에게 맹렬히 달려든 개들은 목줄도 하지 않아 도저히 말릴 방법이 없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 있던 개 주인 강모(56)씨를 당초 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하려 했으나 고씨 부부의 부상이 심하고, 별다른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정황을 고려해 중과실 치상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경찰조사결과 강씨는 2015년 지인으로부터 대형 잡종견(믹스견) 새끼 4마리를 얻어 맷돼지 사냥개로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강씨의 논과 밭을 헤집으며 돌아다니던 맷돼지를 퇴치하기 위해 산짐승을 잡는 훈련을 시켰다.
강씨는 경찰조사에서 “잠깐 신경을 못 썼는데 개들이 갑자기 달려 나갔다”며 “사람을 무는 것을 보고 달려가서 개들을 말렸다”고 진술했다. 강씨는 뒤늦게 “예전에 1억원까지 피해를 보장하는 보험에 가입했다”며 “부부가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이씨는 “개가 우리 (부부)를 물고 있는데 주인은 도망갔다”며 “남편이 개들과 사투를 벌이는 등 상황이 정리되니 개 주인이 나타나 개를 데리고 갔다”고 분개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도 강씨가 개를 말리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강씨는 계속 개들을 말렸다고 했지만 사고 당시 술에 취한 상태였고 목격자와 피해자 부부 모두 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며 “강씨를 다시 불러 사냥개 처분여부와 정확한 경위 등을 조사해 입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고창=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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