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공영방송 KBS와 MBC의 총파업 5일째를 맞아 두 방송사 노조가 서울 시내 선전전과 사전결의대회를 열고 투쟁 의지를 다졌다. 앞서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유의선 이사가 사퇴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입 의지를 비쳐 양대 공영방송 경영진 퇴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연대 파업의 열기가 더 거세지면서 KBS, MBC 경영진이 어떤 결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전국언론노종조합(언론노조) KBS본부, MBC본부는 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 주변에서 고대영 KBS 사장, 김장겸 MBC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벌였다. 언론노조 MBC본부 노조원들은 오후 4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행인에게 “폐허 위에 새 공영방송을 건설하겠다”는 문구가 담긴 선전물을 배포하고 피켓시위를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도 공영방송 파업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66%라는 여론조사 결과(TBS〮리얼미터 조사)와 최근 방송 파행의 배경을 설명하는 선전물을 돌리며 국민의 관심을 당부했다.
같은 시간 광화문 광장 맞은편에서는 10여명의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무죄석방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을 벌였다. 한 지지자가 광화문 광장으로 향하는 MBC 노조원들을 향해 “김 사장이 공정방송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데 퇴진해야 하느냐”며 고성을 지르는 소동도 벌어졌다.
오후 5시 30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사전결의대회에는 언론노조 KBS본부 500명, 언론노조 MBC본부 1000명, 언론노조 타 지부 100명 등 총 1,600여명의 노조원들이 모였다. 이날 사전결의대회에 참석한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방문진 유 이사의 사퇴를 언급하며 “우리가 밀물처럼 나가니까 적폐 이사들이 썰물처럼 퇴각하고 있다”며 “공영방송 총파업은 공정방송 이루자는 노조원들의 염원과 국민의 명령이 함께 뭉쳐진 결과이니 다른 어느 때보다 가장 크게 입 벌리고 외쳐야 한다”고 말했다.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은 “공영방송은 여론의 중심이고 사회의 다양성과 균형을 반영해야 하며 권력을 비판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처절한 반성 끝에 국민이 주신 기회 잃지 않겠다. 우리가 새 공영방송 세우면 한국 언론이 바뀌고 한국이 바뀐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은 “총파업이 가시화되니 국회에서 보이콧하면서 헛발질을 하고 있다. 그게 안타까웠는지 조선일보가 구원군으로 등장했다. 마치 KBS가 민주당의 지시로 파업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며 “우리는 그런 지라시 같은 기사로 절대 흔들리지 않는다. 끝까지 싸워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결의대회에 이어 진행된 8번째 ‘돌마고’ 파티에서 유경근 세월호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세월호 침몰 당시 양대 공영방송의 보도 행태를 맹렬히 비판해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유 집행위원장은 “망가진 언론의 피해자는 여러분(양대 공영방송 노조원들)이 아니라 바로 국민, 예은이(세월호 희생자) 아빠인 나다”라며 “내가 파업을 지지하는 건 여러분이 쾌적한 환경에서 근무하라는 게 아니라 공정한 언론을 만들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입장만을 그대로 받아쓰고 세월호 침몰 당일 사망보험금을 얘기하는, 그런 보도는 앞으로 안 할 거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양대 공영방송은 경영진이 퇴진하는 날까지 총파업을 이어간다. 공영방송 경영진이 사퇴를 거부하고 버틸 경우 장기전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최근 사퇴한 유 이사 외에 다른 방문진, KBS 이사회의 이사들은 끝까지 버틸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유 의사의 사태, 총파업 등) 최근의 변수가 이사들과 공영방송 경영진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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