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북 원유공급을 부분적으로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동북 3성 지역의 방사능 오염 우려, 미국의 강경한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추가 대북제재안 논의 과정에서 타협책을 고민중이라는 것이다.
홍콩 일간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 중국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안 논의 과정에서 중국이 부분적인 원유공급 제한에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유엔이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기 위해 조치를 취해야 하며 중국은 이에 동의할 것”이라는 왕이(王毅) 외교부장의 전날 발언이 대북제재안에 대한 중국의 지지발언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평가했다. 왕 부장이 원유 금수 조치와 관련해 구체적인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북한 정권이 붕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부분적으로 원유 공급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라고 SCMP는 분석했다.
실제 중국에선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도발 때와 달리 지난 3일 감행된 6차 핵실험에 대해선 강경한 목소리가 많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정부는 핵실험에 따른 방사능 오염 물질이 접경지역인 동북3성을 오염시키거나 최소한 민심을 동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심각하게 여긴다”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 직후부터 접경지역의 방사능 오염도 조사를 강화했다. 아직까지 특이사항이 보고되진 않았지만 접경지역 거주민만 1억명에 달하는 중국 입장에선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전면화까지 거론하며 초강경 대북제재안을 어떻게든 밀어붙이겠다고 나선 상황 자체도 중국에겐 부담이다.
물론 중국이 대북 송유관을 일시적으로라도 잠글 것인지를 단정하긴 아직 이르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통화 후 미국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공개한 것을 두고 양측 간 사전조율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중국은 대북 원유공급 문제에서 한발 물러서고 미국은 김정은을 제재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북한 선박에 대한 강제검색의 수위를 다소 낮추는 식으로 중국의 체면을 세워줄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한편,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겸직하고 있는 쿵쉬안유(孔鉉佑)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가 7일 주중 북한대사관이 개최한 북한 정권수립일(9ㆍ9절) 기념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선족 출신인 쿵 부장조리는 지재룡 북한대사 등을 만나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 중단과 대화 복귀를 설득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9ㆍ9절 행사는 6차 핵실험 도발 이후의 냉랭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중국 측 주빈의 급이 낮아지고 참석인원도 확 줄어 썰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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