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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어마 온다” 플로리다 탈출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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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 어마 온다” 플로리다 탈출 행렬

입력
2017.09.0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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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브해섬 95% 파괴한 초대형

주말에 美 동남부에 상륙 예상

“명령 수용하라” 강제 대피령

주민 50만여명 짐 꾸려 북쪽으로

주유소ㆍ마트에 수백m 장사진

항공권 340만원까지 치솟아

미국 플로리다주 주민들이 7일 마이애미에 있는 리틀 아이티 프레지덴테 슈퍼마켓에서 허리케인 ‘어마’의 상륙에 대비해 물병 등을 사재기하고 있다. 마이애미=EPA 연합뉴스
미국 플로리다주 주민들이 7일 마이애미에 있는 리틀 아이티 프레지덴테 슈퍼마켓에서 허리케인 ‘어마’의 상륙에 대비해 물병 등을 사재기하고 있다. 마이애미=EPA 연합뉴스

카리브해 섬들을 초토화한 최고등급(카테고리 5) 허리케인 ‘어마(Irma)’가 이르면 9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동남부 끝 플로리다주에 상륙한다는 소식에 지역 주민 50만여명이 황급히 짐을 꾸려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 주정부의 경고에 따라 피난길에 올랐지만 이들에겐 식수와 연료마저 부족한 상황이다. 어마가 닥치기 전에 서둘러 플로리다를 빠져나가려는 차량 행렬로 고속도로들은 꽉 막혀 탈출마저 용이하지 않다. 플로리다 출발 항공권 품귀 현상마저 벌어져 국내선 요금은 무려 3,000달러(약 340만원)까지 치솟았다. 미 언론들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후 12년 만에 겪는 가장 큰 규모의 대피 행렬”이라고 전하며 이들의 탈출을 ‘끔찍한 마라톤’에 비유했다.

7일 플로리다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미국 남부 휴양지 마이애미에는 피난에 앞서 식수를 확보하기 위해 대형마트로 몰린 주민들이 곳곳에 수백m에 이르는 장사진을 이뤘다. 차량을 움직일 연료 공급도 부족해 주유소들에선 평소보다 5배나 비싼 가격표를 붙여놨으나 이마저도 금세 동이 날 지경이다.

플로리다주 동부 해안도시 코코아비치 주민 마리 미초드 부부도 피난길에 올랐는데, 평소라면 1시간 만에 통과할 고속도로 구간(약 100㎞)을 길이 밀리는 바람에 5시간이 걸려서야 간신히 지날 수 있었다. 마리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연료가 부족해 고속도로 위에 멈춰 선 차량도 많다”며 “섭씨 33도 무더위에도 아이들이 길 양 편에 나와 있더라. 누구도 그들을 돕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플로리다 주정부는 마이애미를 포함한 데이드, 팜비치, 브로워드, 먼로카운티 등 플로리다반도 남쪽 끝 지역에 어마가 도달하는 9일 오전까지 강제 대피령을 내렸다.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는 “명령을 진지하게 수용하라. (어마는) 플로리다주 전체보다도 크다”고 주민들에게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봄철에 수시로 찾아 ‘겨울 백악관’이라 불리던 마라라고리조트도 팜비치카운티에 위치해 당연히 대피 명령 대상에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 주민들에게 “철저히 경계하고 스스로 지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플로리다와 북쪽으로 인접한 조지아주 동부 해안도 대피령이 떨어진 상태다.

어마가 무려 33시간 동안 머물며 휩쓸고 간 카리브해 섬들에서는 일부 지역의 건물 90%가 부서지고, 최소 12명이 숨지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프랑스 해외영토인 생마르탱의 다니엘 기브 지역의회 의장은 국제 카리브라디오에 출연해 “섬의 95%가 파괴됐다. 충격이다”라고 말했다. 허리케인의 직접적 영향을 비껴간 곳도 피해는 막심했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는 전체 지역의 70%에 전력 공급이 끊겼으며, 프랑스령 과들루프제도 역시 전력과 상수 공급이 차단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쿠바도 허리케인의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한 북부 해안에서 여행객 5만1,000명을 긴급히 대피시켰다.

이미 어마에 의해 주민 절반이 집을 잃은 영연방 소속 독립국 앤티가바부다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또 다른 허리케인의 상륙을 맞이할 처지다. 미국 허리케인센터는 “3등급 허리케인 ‘호세’가 9일 리워즈제도 북부에 상륙한다”고 발표했다. 사흘 전 어마가 처음 상륙한 지점인 영국령 앵귈라섬과 앤티가바부다가 또다시 허리케인의 영향권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개스톤 브라운 앤티가바부다 총리는 “바부다섬은 거의 잿더미가 됐다”라며 “호세마저 바부다섬으로 온다면 피해가 덜한 앤티가섬으로 모든 주민을 대피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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