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아마존으로 키울 것”
직원들 내부 동요 잠재워
“매각 주도권 배수진” 해석도
“11번가 매각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최근 잇따른 ‘11번가 매각설’과 관련해 직접 진화에 나섰다. 11번가는 SK텔레콤의 자회사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박 사장은 매각이 아닌 외부 제휴를 통해 11번가를 ‘한국판 아마존’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8일 SK텔레콤에 따르면 박 사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 기술들이 소비패턴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있고 이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라며 “SK텔레콤은 11번가를 통해 미래 상거래(커머스)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온라인 유통 공룡 아마존이 오프라인 업체 홀푸드마켓을 인수하는 등 유통업계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11번가를 아마존처럼 온ㆍ오프라인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박 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혼자서는 1등을 할 수 없고 상호 개방과 협력이 필수”라며 “다양한 주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국내 최고의 커머스 생태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11번가가 중심이 되고 주도권을 갖는 성장 전략만을 검토하고 있다”며 경영권을 지키는 전제 아래 다른 업체와 손잡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사장이 갑자기 11번가 매각설을 일축하고 나선 건 고용 불안을 느끼는 내부 직원들의 동요를 잠재우기 위해서다. 지난 6월 서성원 SK플래닛 사장이 직원들에게 서신을 보내 “11번가 ‘분사 후 매각’이라는 옵션은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지만, 이후에도 매각설이 꺼지지 않자 모회사 수장이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 사장이 11번가 지분 매각 협상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배수진을 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SK 측은 롯데, 신세계 등 유통업체와 11번가 지분을 나눠 갖기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데, 서로 지분 50% 이상을 확보해 경영권을 갖겠다는 입장이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유력한 협상 대상자인 롯데 측에서 경영권을 가져가지 못하면 인수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등 협상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자 더 양보는 없다는 최후통첩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