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을잔치 초대장을 받는데 실패했다.
이미 전반기에 포스트시즌 진출 꿈을 접은 삼성이지만 지난 7일 5위 넥센이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경우의 수’까지 완전히 사라졌다. 삼성이 남은 16경기를 모두 이기고, 넥센이 14경기에서 전패해도 삼성은 넥센을 넘어설 수 없다.
여러 불명예 기록들도 눈앞에 있다. 삼성은 남은 경기에서 3패만 더 하면 최저 승률로 올 시즌을 마친다. 종전 최저 승률은 1996년의 4할4푼8리(54승5무67패)다. 창단 후 최저 순위(9위)에 그쳤던 지난해에도 승률 4할5푼5리로 최저 승률은 피했다. 그러나 올 시즌 현재 삼성은 49승4무75패로 승률 3할9푼5리에 불과하다. 남은 16경기에서 무려 14승(2패)을 해야 승률 4할5푼으로 불명예 기록을 면할 수 있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28년 만에 시즌 최다 실점 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삼성은 791실점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 부문 9위 kt(758실점)와 차이가 크다. 삼성이 한 시즌 최다 실점 팀으로 남은 건 1989년이 마지막이다. 또 리그 OPS(장타율+출루율)보다 낮은 역대 네 번째 시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 시즌 삼성의 OPS는 7할5푼8리인데 리그 OPS는 7할8푼9리다. 삼성 구단 역사상 리그 OPS보다 팀 OPS가 낮았던 시즌은 2007년, 2008년, 2011년까지 단 세 번이다. 전통적으로 화끈한 공격의 팀이라는 자존심마저 무너진 시즌이다.
격세지감을 느끼는 ‘삼성 왕조’의 몰락이다. 삼성은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부터 지난해까지 36시즌을 치르는 동안 단 6차례만 5할 승률에 미치지 못했다. 6할 승률은 무려 10번이나 도달했다. KBO리그에서 6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팀이 한 팀도 나오지 않은 시즌도 10번이나 있었을 만큼 대단한 기록이다. 1980~90년대 강팀으로 군림하고도 우승을 이루지 못했던 삼성은 2002년 김응용 감독과 선동열 수석코치를 영입해 첫 우승을 일궜고, 2011~15년까지는 5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왕조'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박석민(NC), 최형우(KIA) 등 극심한 전력 누수를 피하지 못해 한 순간에 ‘종이 사자’로 전락했다.
올 시즌 김한수 감독에게 새 지휘봉을 맡겼지만 지도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난국이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삼성의 상징이자 여전히 중심타자로 활약 중인 이승엽(41)까지 은퇴한다. 심정수와 박진만을 사 온 2005년처럼 통 큰 투자를 통해 다시 한번 변화를 모색하든지, 장기적 안목으로 ‘리빌딩 모드’에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최근 야구단을 대하는 삼성 그룹의 일련의 행보를 볼 때 전자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김한수 감독도 일찌감치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으로 팀의 나아갈 방향을 시사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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