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라면 먹고 부었다” 글
피해자 희화화한 20대 男 입건
가해자 부모엔 욕설 전화 빗발
부산 사하구에서 여중생들이 또래 여중생을 폭행해 피투성이로 만든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온라인상 2차 피해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폭행 피해자를 조롱하는 게시물을 올린 남성이 입건되는가 하면 가해자와 주변인에 대한 마녀사냥식 과도한 ‘신상털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모욕 혐의로 A(22)씨와 B(17)군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허언증 놀이’ 페이지에 ‘라면을 먹고 부었다’는 글과 함께 여중생 폭행 사건 피해자 C(14)양 얼굴을 올리고 희화화한 혐의다. 또 B군은 4일부터 6일까지 자신의 SNS계정에 C양 사진에 선글라스와 담배를 합성해 게재하고 성적으로 모욕하는 글을 남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가 게시물을 올린 허언증 놀이 페이지는 경쟁적으로 거짓말을 하고 누리꾼 반응을 살피는 온라인 커뮤니티다. 여기에 C양이 1일 얼굴을 심하게 다친 사진이 게재됐다. A씨는 경찰에서 “부산에서 일어난 여중생 폭행 피해자인 줄 몰랐다”고 했고 진술했다.
가해자로 추정되는 사진과 주변인 전화번호 등이 온라인에 노출되며 또 다른 피해도 확산되고 있다. 수백 통의 욕설, 항의 전화를 받은 한 가해자 부모는 급기야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해 6일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 다만 욕설을 남긴 상대방에 대한 책임은 묻지 않기로 했다. 이 부모는 경찰에 “자식의 허물은 부모의 책임이기도 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온라인의 지나친 피해자, 가해자 신상털기 및 단순한 받은 글 유포도 형사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며 “피해자가 원하지 않는 모습이 담긴 폭행 동영상을 단순 전달해 유포하는 행위도 가해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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