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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민재 “축구 더 잘하려고 좋아하던 게임도 끊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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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민재 “축구 더 잘하려고 좋아하던 게임도 끊었죠”

입력
2017.09.08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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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가 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본보와 인터뷰 후 멀리 태극기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으며 왼팔을 번쩍 들고 있다. 영종도=윤태석 기자
김민재가 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본보와 인터뷰 후 멀리 태극기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으며 왼팔을 번쩍 들고 있다. 영종도=윤태석 기자

한국 축구는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에 성공하고도 답답한 경기력으로 적지 않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 선수를 보며 위안을 얻었다는 팬들이 적지 않다.

‘제2의 홍명보’라 불리는 국가대표 중앙수비수 김민재(21ㆍ전북 현대)다. 그는 어린 나이에도 건장한 체격을 바탕으로 절대 몸싸움에서 지지 않는다고 해서 ‘우량아’, 쟁쟁한 선배 틈바구니에서 주전을 꿰차 ‘괴물’이란 별명도 있다.

김민재는 이란(8월 31일ㆍ홈)-우즈베키스탄(9월 6일ㆍ원정)과 2연전 모두 선발 출전해 무실점 수비에 일조했다. 대표팀이 7일 귀국한 뒤 대한축구협회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조촐한 ‘월드컵 9회 연속 진출’ 환영 행사를 열었는데 김민재는 대선배 염기훈(34ㆍ수원삼성)과 함께 선수 대표로 언론 인터뷰도 했다. 행사가 끝나고 대표팀이 해산한 뒤 공항 커피숍에서 김민재를 따로 만나 못 다한 뒷이야기를 더 나눴다.

지난 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경기에서 격렬하게 공중볼을 다투는 김민재(4번). 연합뉴스
지난 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경기에서 격렬하게 공중볼을 다투는 김민재(4번). 연합뉴스

지난 달 31일 이란전이 그의 A매치 데뷔전이었다.

신태용(48) 축구대표팀 감독이 평가전도 아니고 한국 축구의 운명이 걸린 경기에 A매치 경험이 전혀 없는 중앙수비수를 선발로 낸 건 파격이었다. 경기 당일 선발 출전을 알았다는 김민재는 “프로 데뷔전(2017.3.5. 전남전 2-1 승)은 떨렸는데 이번에는 안 떨렸다. 그렇게 많은 관중(6만 명)은 처음이라 즐거웠다. 관중이 많을수록 더 좋다”고 했다. 신 감독은 “일찌감치 김민재를 눈여겨보고 있었다”며 “언론에서는 김영권(28ㆍ광저우)을 붙박이 수비수로 놓고 그의 파트너가 누가될지 전망했지만 나는 김민재는 무조건 쓰고 그 옆에 누구를 세울지 고민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김민재가 자신의 별명인 '우량아'처럼 당당한 포즈를 취했다. 영종도=윤태석 기자
김민재가 자신의 별명인 '우량아'처럼 당당한 포즈를 취했다. 영종도=윤태석 기자

김민재는 이란의 쟁쟁한 공격수를 상대로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그는 “에두(26), 김신욱(29), 이동국(38) 같은 선배들과 팀에서 늘 경기해서인지 이란 선수들이 버겁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고 설명했다. 김민재는 후반 7분 에자톨라히의 퇴장까지 유도했다. 두 선수가 공중볼 경합 뒤 동시에 쓰러졌는데 에자톨라히가 일어서며 김민재 얼굴을 밟았다. 김민재는 “경기 초반 에자톨라히를 툭툭 치니 예민하게 반응하더라. 그래서 일부러 더 건드렸다”고 했다. 머리를 밟히는 순간 퇴장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아픔도 잊었다. 신 감독은 “경기 전 (김)영권이에게 (김)민재를 잘 컨트롤 하라고 신신당부했는데 나중에는 민재가 영권이를 컨트롤하고 있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우즈벡전에서 3만4,000명의 원정 관중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지만 김민재는 “우즈벡 사람들을 홈 팬이라 여기니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승부욕이 남달랐다.

한 번은 수원공고 시절 용호고와 경기에서 0-4로 끌려가자 화가 나 상대가 다치지 않을 정도로 퇴장 당하기 딱 좋은 거친 태클을 감행한 뒤 레드카드를 받고 그라운드를 나와 버렸다. 몸과 몸이 거칠게 부딪히는 플레이를 좋아해 아기자기한 FC바르셀로나보다는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31)를 더 좋아한다.

예전에는 머리를 식히려 온라인 게임을 종종 했다. 리그오브레전드(LOL)라는 게임에서 알아주는 고수였다. 정작 축구 게임은 안 한다. 그는 “지는 거 싫어한다고 말씀 드리지 않았나. 축구 게임은 하면 지더라. 그래서 포기했다”고 웃었다.

요즘엔 LOL도 끊었다. 빡빡한 프로 시즌을 소화하다 보니 피로가 누적돼 가끔 허벅지 근육에 무리가 올 때가 있는데 장시간 앉아있는 게임이 허벅지에 안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아서다. “여자친구나 다른 취미에 특별히 관심도 없다. 축구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김민재의 머릿속에는 오직 ‘축구’ 밖에 없어 보였다.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뒤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치는 김민재. 타슈켄트=연합뉴스
9회 연속 월드컵 진출을 확정한 뒤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치는 김민재. 타슈켄트=연합뉴스

김민재는 경남 통영 출신이다.

우즈벡 원정에서는 통영이 낳은 대표적인 축구 스타 김호곤(66)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이 단장 자격으로 함께 갔다. 김 위원장은 김민재에게 “통영 촌놈, 긴장하지마”라고 하며 조언과 덕담을 해줬다.

김민재는 U-16 대표에 한 번, U-20 대표에 세 번 그리고 신태용 감독이 사령탑을 맡고 있을 때 리우 올림픽대표에도 두 번 발탁됐었다. 하지만 한 번도 최종명단에는 뽑히지 못해 청소년 월드컵이나 올림픽 경험이 아예 없다. 9개월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 월드컵이 국가대표로 따지면 ‘3전4기’의 도전인 셈이다. 그는 “내년 아시안게임(자카르타)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국가대표가 됐다. 이 기회는 절대 놓치고 싶지 않다”고 눈을 반짝였다.

영종도=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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