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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도서관 스탠드 파손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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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도서관 스탠드 파손 미스터리

입력
2017.09.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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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22개 중 860여개 수리

무리하게 위치 조정하다 망가져

“내구성 약한데 비싸면 뭐하나”

1일 오후 찾은 서울대 관정도서관 8층 열람실에서 스탠드가 파손돼 있는 모습. 강진구 기자
1일 오후 찾은 서울대 관정도서관 8층 열람실에서 스탠드가 파손돼 있는 모습. 강진구 기자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생 임모(25)씨는 5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공부를 하기 위해 교내 관정도서관 8층 열람실 자리배정기기에서 검색해 찾아간 빈 자리의 전기스탠드 전등 부분이 뽑혀져 나가 전선이 덜렁거리고 있었다. 다시 검색해 찾아간 다른 빈 자리는 스탠드 기둥이 부러진 채였다.

서울대가 도서관에 설치된 스탠드의 잦은 파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7일 관정도서관에 따르면, 8층 스탠드 922개 중 현재 59개가 부서지거나 사라진 상태다. 도서관 측은 “2015년 2월 개관 이후 지난해 9월 860여개를, 올해 3월 66개를 수리했는데 약 6개월 만에 또 60개 가까이 망가진 것”이라고 했다. 대당 가격이 22만원 정도인 스탠드는 책상과 일체형이라 교환을 하려면 그 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게 도서관의 설명이다. 도서관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봐도 범인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고, 여러 사람이 벌이는 짓이라 일일이 비용 청구 등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4개의 좌석 중 가장 오른쪽에 있어야 할 스탠드 한 개가 사라져 있다. 강진구 기자
4개의 좌석 중 가장 오른쪽에 있어야 할 스탠드 한 개가 사라져 있다. 강진구 기자

실제 기자가 찾은 관정도서관 8층 열람실에는 파손된 스탠드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스탠드 자체가 사라진 자리도 있었고, 기둥이 뽑혀져 있거나 등 부분이 부러져 나가 흔적만 남아 있기도 했다. 조명이 필요한 학생들은 스탠드가 고장 나 있으면 다시 자리 배정을 받아야 하는 불편을 호소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무리하게 스탠드 위치를 조정하다 망가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설물 관리자는 “스탠드 모양이 특이해서 그런지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불편하다고 이리저리 만지거나, 노트북 사용에 편리하도록 스탠드 각도를 맞추려다 파손되는 것 같다”고 했다.

학생들은 내구성이 약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경제학과 김모(22)씨는 “가방으로 툭 쳤는데 부러졌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로 약하다”고 말했다. 중어중문학과 정모(25)씨는 “너무 쉽게 부서져서 22만원이나 할 줄 몰랐다”면서 “도서관 같은 공용 장소에서는 디자인보다 내구성이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디자인만 따져 괜히 비싼 스탠드를 설치해 돈 낭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도서관 관계자는 “수시 점검을 통해 파손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부품을 구매해 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스탠드 기둥이 뽑힌 채 책상 위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강진구 기자
스탠드 기둥이 뽑힌 채 책상 위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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