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22개 중 860여개 수리
무리하게 위치 조정하다 망가져
“내구성 약한데 비싸면 뭐하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생 임모(25)씨는 5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공부를 하기 위해 교내 관정도서관 8층 열람실 자리배정기기에서 검색해 찾아간 빈 자리의 전기스탠드 전등 부분이 뽑혀져 나가 전선이 덜렁거리고 있었다. 다시 검색해 찾아간 다른 빈 자리는 스탠드 기둥이 부러진 채였다.
서울대가 도서관에 설치된 스탠드의 잦은 파손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7일 관정도서관에 따르면, 8층 스탠드 922개 중 현재 59개가 부서지거나 사라진 상태다. 도서관 측은 “2015년 2월 개관 이후 지난해 9월 860여개를, 올해 3월 66개를 수리했는데 약 6개월 만에 또 60개 가까이 망가진 것”이라고 했다. 대당 가격이 22만원 정도인 스탠드는 책상과 일체형이라 교환을 하려면 그 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게 도서관의 설명이다. 도서관 관계자는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 봐도 범인을 특정하기가 쉽지 않고, 여러 사람이 벌이는 짓이라 일일이 비용 청구 등 책임을 묻기가 어렵다”고 털어놨다.
실제 기자가 찾은 관정도서관 8층 열람실에는 파손된 스탠드가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스탠드 자체가 사라진 자리도 있었고, 기둥이 뽑혀져 있거나 등 부분이 부러져 나가 흔적만 남아 있기도 했다. 조명이 필요한 학생들은 스탠드가 고장 나 있으면 다시 자리 배정을 받아야 하는 불편을 호소했다.
학교 측은 학생들이 무리하게 스탠드 위치를 조정하다 망가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시설물 관리자는 “스탠드 모양이 특이해서 그런지 학생들이 공부하는 데 불편하다고 이리저리 만지거나, 노트북 사용에 편리하도록 스탠드 각도를 맞추려다 파손되는 것 같다”고 했다.
학생들은 내구성이 약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경제학과 김모(22)씨는 “가방으로 툭 쳤는데 부러졌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로 약하다”고 말했다. 중어중문학과 정모(25)씨는 “너무 쉽게 부서져서 22만원이나 할 줄 몰랐다”면서 “도서관 같은 공용 장소에서는 디자인보다 내구성이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디자인만 따져 괜히 비싼 스탠드를 설치해 돈 낭비하고 있다는 얘기다. 도서관 관계자는 “수시 점검을 통해 파손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부품을 구매해 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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