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ㆍ철도ㆍ항만ㆍ전력ㆍ항로ㆍ조선
일자리ㆍ농업ㆍ수산 9개 분야 협력
동북아 에너지 공동체 만들자”
주변국과 대북 공조 협의도 성과
러 참여 이끌지 못한 점은 한계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발 안보 위기 속에 1박2일의 짧은 러시아 순방을 마치고 7일 귀국했다. 한러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를 넘어 극동지역까지 경제영토를 확장하는 ‘신북방정책’ 구상을 밝히고, 북한의 6차 핵ㆍ미사일 도발에 따른 주변국 정상과 만나 대북제재를 위한 공조의 틀을 모색한 것은 나름의 성과로 보인다. 다만 한러 정상 간 유대 강화에도 원유공급 중단 등 실질적인 대북제재의 키를 쥔 러시아의 동참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문 대통령이 이날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에서 밝힌 신북방정책은 한반도를 넘어 극동과 동북아, 유라시아를 연결하는 새로운 경제지도를 그리겠다는 원대한 구상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신북방정책의 무대인 극동지역의 잠재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신북방정책을 극동을 러시아의 경제수도로 탈바꿈시킨다는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연계함으로써 한러 간 전방위적인 경제협력 증진을 기대하는 것이다. 극동에 대한 러시아의 개발 수요와 한국의 기술력이 결합될 경우, 극동 개발은 우리나라 경제의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문 대통령의 제안한 ‘9개의 다리(9-Bridges)’ 전략에 따르면 한러는 ▦가스 ▦철도 ▦항만 ▦전력 ▦북극항로 ▦조선 ▦일자리 ▦농업 ▦수산의 9개 분야에서 동시다발적인 협력을 추진한다. 이 중 가스, 전력, 철도 등 에너지와 물류 분야는 동북아국가 간 상호의존도를 높이고 공동 번영을 추구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문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에너지 슈퍼링 구상과 몽골 고비사막의 풍력, 태양광이 함께 슈퍼그리드로 결합하면 동북아는 세계 최대의 에너지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처럼 에너지 공동체로 시작해 동북아 경제공동체와 다자 안보체제로 발전하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때문에 문 대통령의 구상은 경제적 효과만을 노리지 않는다. 극동을 중심으로 한 공동번영이 이뤄질 경우 북한의 동참이 불가피하고, 이는 핵을 포기하고 평화노선으로 나오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문 대통령이 “동북아 국가들이 협력해 극동 개발을 성공시키는 일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근원적 해법”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도발로 한러 간 협력사업을 우선 추진한 뒤 북한의 참여를 유도해 남ㆍ북ㆍ러 3각 협력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한ㆍ유라시아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밝혔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동의했다. 양국은 가스관과 전력망,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등 남ㆍ북ㆍ러 3각 협력 사업과 관련한 협의 채널 재개와 공동연구 수행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신북방정책의 원대한 규모만큼이나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도발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인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문 대통령이 제안한 슈퍼그리드망 구축이나 가스관, 철도망 연결 등은 당분간 실현이 어려운 청사진에 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블라디보스토크=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김회경 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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