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레드라인’ 넘는 것은 시간 문제
전술핵도 핵우산 담보 방안의 하나
사드, MD로 약한 부분 기워볼 수도
북의 6차 핵실험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젖혔다. 북의 핵ㆍ미사일 개발이 ‘레드라인’을 넘는 게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불안이 맨 먼저 튀어나왔다. 공포도 뒤따랐다. 북의 핵ㆍ미사일 개발 기세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지켜만 보겠느냐, 미국이 군사행동에 나선다면 그 불똥은 곧바로 남으로 튀지 않겠느냐는 내용이다.
판도라의 상자에서 튀어나온 것은 불안과 공포만이 아니다. 일말의 희망도 던져졌다. 모처럼 ‘안보현실론’이 탄탄해졌다. ‘전술핵 배치’ 논의가 한 예다. 오래 전부터 거론됐지만 현실적 의미를 띤 것은 ‘6차 핵실험’ 이후다. 무시해도 좋을 방사능 수준의 중ㆍ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이 오랜 논란을 부른 저간의 반핵 정서에 비추면,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전술핵’의 내용도 바뀌었다. 흔히 떠도는 ‘재배치’라는 주장에서 보듯, 한동안 과거 주한미군에 배치됐다던 핵배낭ㆍ핵지뢰 등 방어무기가 주로 거론됐다. 그러나 ‘6차 핵실험’ 이후로는 냉전 시기 미국이 서독에 배치했던 ‘퍼싱2’ 같은 전술핵미사일 배치 주장이 뚜렷해졌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과의 전력 비대칭 상태를 두고 보는 대신 전술핵미사일로 제대로 ‘공포의 균형’을 이루자는 주장이다.
한반도 안에서 굳이 ‘공포의 균형’을 이뤄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핵우산’에 대한 의심을 고려하면 그럴 듯하다. 무엇보다 미국의 핵우산이 늘 온전하리라고는 믿기 어렵다. 핵우산은 핵무기를 갖지 못한 동맹국이 적의 핵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강력한 보복 핵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약속이 조성한 ‘공포의 균형’으로 핵 전쟁을 억지한다는 개념이다. 원자폭탄이든 수소폭탄이든 북의 핵무기 운반능력이 한반도 주변에 한정된 때라면, 충분히 미더운 억지장치다.
그러나 북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시험으로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넣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임박했음을 확인한 마당이고 보면, 1960년대 중반 당시 샤를르 드골 프랑스 대통령이 던졌던 물음을 저절로 떠올리게 된다. 그는 “미국이 소련의 핵미사일이 뉴욕에 떨어질 수 있는데도 프랑스를 위해 보복 핵 공격에 나설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프랑스 독자 핵 개발의 직접적 계기가 된 물음이었다. 이와 달리 서독은 미국의 전술핵미사일 배치를 기다려 핵우산에 대한 의심을 덜 수 있었다.
북의 ICBM이 미 본토의 LA나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를 겨누는 게 시간의 문제일 뿐이고,한국의 독자 핵 무장은 국제적으로 용인될 가능성이 없는 데다 이미 ‘명백히 현존하는 위협’인 북의 핵ㆍ미사일 대응책으로 삼기에는 시간 여유가 없다. 그러니 미국의 선택만 있으면 즉각 가능한 전술핵미사일 배치가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될 수밖에 없다.
다만 전술핵 배치는 어디까지나 미국에 그 여부가 달렸다는 점에서 극히 수동적인 대응이다. 보다 능동적으로 우리 스스로 핵우산의 약한 부분을 기워볼 방안은 없을까. 7일 성주골프장에 배치가 끝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를 깔끔하게 수용하고, 나아가 반대론자들이 끊임없이 사드가 그 일부일 것이라고 의심을 던진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검토할 때가 됐다. 핵우산의 온전성은 개념 필수적으로 탄도미사일방어능력에 좌우된다. 우리의 적극적 사드 수용과 MD 참여로 미국이 탄도미사일방어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그만큼 북의 ICBM 위협에 흔들리지 않아도 되고, 따라서 자연스레 핵우산이 튼튼해진다.
중국의 반발이 마음에 걸리지만, 북 핵ㆍ미사일 위협의 심각성에 비추어 언제까지고 중국눈치를 보며 주저하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 희망과는 달리 한반도는 시시각각으로 신냉전 구도에 빠져들고 있다. 안보이익과 경제이익을 함께 저울질할 수 없는 최종 선택의 순간도 눈앞으로 성큼 다가와 있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기댈 곳은 중국이 아닌 미국이다. 말로는 북 핵ㆍ미사일 위기를 떠들면서, 속으로는 아무 일 없다고 여길 수 있다면 또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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