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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로 뜬 케이보팅, 단식농성 부른 대학갈등까지 끝내

입력
2017.09.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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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관위 온라인투표 도입4년

아파트ㆍ공공기관ㆍ조합 투표 등

다양한 분야서 폭넓게 활용

작년 1026건, 2년새 10배 껑충

투표율 올리고 예산 절감 효과

여야 정당 경선서도 자리매김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23일 케이보팅 시스템으로 진행된 근로자 이사 후보 선거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투표를 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제공
서울교통공사 직원들이 23일 케이보팅 시스템으로 진행된 근로자 이사 후보 선거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해 투표를 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제공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온라인 투표 시스템 케이보팅(K-voting)이 민감한 사회 갈등의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개별 PC나 스마트폰을 사용해 투표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각종 물리적 충돌 가능성이 원천 차단되는 데다, 접근성도 높아 아파트 등 공동주택 회의체에서 정당에 이르기까지 선거 문화의 대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케이보팅은 선관위가 2013년 10월 KT와 공동으로 개발해 민간 및 공공기관에 지원 중인 온라인 기반 투표 시스템이다. 기존 투표가 현장 투표소에 가서 신분증으로 본인 확인을 거친 뒤 용지를 받아 진행했던 것과 달리, 케이보팅은 PC나 스마트폰에서 임의 생성된 개별 URL을 클릭해 보안문자나 휴대폰 본인인증 입력만으로 어디서나 즉시 투표가 가능하다.

케이보팅은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한 뒤 일정액의 수수료를 납부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선거인은 스마트폰 등을 통해 투표와 관련된 정보를 언제든 확인 가능하다. 투표의 종류 또한 폭넓다. 찬반 투표는 물론, 안건 또는 후보자를 선택하거나 선호 순위를 매길 수 있으며, 직접 안건이나 후보자의 점수를 입력할 수도 있다. 이수현 중앙선관위 선거2과장은 “아파트 대표자 선거 등 생활밀착형 투표는 출ㆍ퇴근 등으로 인한 시간적 문제로 참여율이 낮고, 갈등이 첨예한 조합 등 단체 투표에선 선거부정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와 개발에 착수했다”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실제로 케이보팅은 투표 당사자 사이의 극심한 대립이 있는 곳에서 장점을 발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총장 선출방식을 놓고 단식 농성까지 진행됐던 호남 A대학 선거다. 2012년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로 학칙을 개정했던 A대는 지난해 직선제를 촉구하는 총학생회의 1인 시위와 단식농성, 기자회견까지 이어지는 등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이에 A대는 선관위에 투표를 위탁해 케이보팅을 실시했고, 투표 결과 구성원의 85.51%가 참여해 과반 찬성으로 간선제를 확정해 갈등을 수습했다. 이 외에도 입주자 사이의 의견 차이로 대표회의를 9개월 동안 구성하지 못했던 B아파트 단지도 2015년 10월 케이보팅을 도입, 문제를 해결했다.

장점이 증명되면서 케이보팅 이용률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6일 한국일보와 중앙선관위의 공동기획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도입 당시 2달 동안 16건에 불과했던 케이보팅은 2014년 104건에서 지난해 1,026건으로 10배가량 증가했다. 가장 많이 케이보팅을 이용한 단체는 전체 2,420건 중 1,725건(71.3%)을 차지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었다. 공공기관은 384건(15.9%)으로 2위, 학교 등 교육기관은 311건(12.8%)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선거는 지난해 6월 실시된 한국교원총연합회 회장 선거로, 14만5,987명이 케이보팅을 이용했다.

민간 영역뿐 아니라, 여의도 정치권에서도 케이보팅은 공식으로 자리잡는 분위기다. 지난해 3월 정의당이 20대 총선 후보자 경선 과정에 케이보팅을 처음 이용했고, 바른정당은 지난 3월과 6월 연이어 19대 대선 후보자 경선과 당대표 및 최고위원 경선에 케이보팅 시스템을 도입했다. 입소문을 탄 케이보팅의 효용성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당대표 경선으로도 이어졌다. 19대 대선 후보였던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6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달 27일 각각 케이보팅 시스템 선거를 통해 정치 일선으로 복귀했다.

케이보팅은 경선 참여율을 높이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지난 19대 대선 각 당 경선 당시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은 현장투표에서 각각 18.07%, 18.70%의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현장투표를 케이보팅으로 대신한 바른정당은 32.56%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바른정당 관계자는 “케이보팅 도입으로 기존의 터치스크린 등 투개표 장비 도입과 투표소 운용 등에 들었던 예산이 나가지 않아 5억원 이상 예산 절감 효과를 봤다”며 “당원들도 현장 투표소에서 지지하지 않는 후보 측 사람들을 만나지 않아도 돼 심적인 부담이 덜하는 등 만족도가 높았다”고 밝혔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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