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시간에 정보 교환 위해
환자도 의사도 준비된 자세 필요
상급종합병원을 찾은 외래환자가 진료실에 들어가면 의사는 차트 등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1, 2분 내외 설명하고 처방을 내리는 게 오랜 관행이었다. 환자들은 궁금한 게 많아도 쫓기는 시간 때문에 일일이 다 설명을 듣기는 어려웠다.
이런 ‘3분 진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중 ‘15분 진료’ 시범사업을 시작하며 그 첫발을 내디딜 예정. 앞서 서울대병원은 이미 자체적으로 신청 의사들을 중심으로 15분 진료를 시작했다. 이런 첫 걸음을 내디딘 것 자체는 굉장히 의미 있지만,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높고 험하다. ‘3분 진료 깨기’가 요원한 건 비단 정신과에 한정된 얘기는 아니란 얘기다.
‘15분 진료’가 성공하려면 의사와 환자 모두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분 진료’에 참여하는 강혜련 서울대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병력이나 가족력 등은 진료에 꼭 필요한 정보지만 많은 환자들이 진료시간 내에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돌아간다”며 “의료정보가 잘 전달돼야 진단도 정확할 수 있는 만큼 환자 스스로도 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환자들도 의사들에 대한 불만이 많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아무리 진료시간이 길어진다고 해도 의사가 환자의 얘기를 충분히 들어주지 않으면 무의미하다“며 “할 말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또 “대학병원 외래 진찰료 수가가 질병 난이도에 관계없이 동일하다보니 병원들은 시간과 노력이 덜 드는 경증환자를 선호하는 점도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15분 진료’가 꼭 필요한 중증환자에 집중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시급하다. 전체 외래 급여비에서 각 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을 살펴보면, 2005년에는 의원 70%, 상급종합병원 11%였으나, 2014년에는 의원 58%, 상급종합병원 16%로 상급종합병원 외래 이용객이 늘어났다. 비교적 경증환자가 많은 외래진료에서 상급종합병원의 비율이 늘었다는 것은 동네병ㆍ의원이 돌봐도 되는 환자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는 뜻이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장은 “15분 심층 진료 예약은 병원급 의료기관 의료진의 진료 의뢰가 있어야 가능하도록 했다”며 “모든 환자가 15분 진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불필요한 환자에게 쏠리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족한 의사인력 수급 확대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양승조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내년에 의사가 785명이 부족한 것을 비롯해 해가 갈수록 인원부족이 심각해질 것으로 추산됐다. 대한의사협회는 복지부의 추산이 잘못됐다며 의사 공급확대를 반대하고 있지만, 15분 진료를 비롯한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급 확대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현장에서 느끼기에 15분 진료 등이 제대로 정착되기에 현재의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적정 수가를 둘러싼 논란도 풀어야 할 숙제다. 복지부가 ‘15분 진료’ 수가로 책정한 금액은 9만3,000원으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현 진찰료보다 약 5배 가량 높지만 값비싼 진찰료에 상응하는 서비스가 이뤄지는 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제도가 확산된다면 평균적인 진찰과 비교해 15분 진료에 대한 환자 만족도, 효과 등을 모니터링해 적정 수가를 재논의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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