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산은회장이 전 정권 눈치
재임 중 매각하려고 무리수
새 정권 들어서자 또 입장 바꿔
“싼값에 되찾으려 협상 방해”
박삼구 회장도 책임 못 면해
금호타이어 매각이 1년 7개월 만에 물거품이 되면서 향후 금호타이어의 운명과 함께 매각 무산의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역민심과 국가경쟁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인 만큼, 금호타이어에 대한 매각작업이 바로 재개되기보다는 일단 경영을 정상화한 후 적정한 매수자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번 매각 불발 과정에서 드러난 매각주체 산업은행의 치밀하지 못한 진행은 향후 비슷한 실패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금호타이어 경영 책임자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매각이 사실상 불발되면서 산업은행의 정치권 눈치 보기 행보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2016년 2월 금호타이어 매각공고를 시작으로, “공적자금 회수가 우선”이라는 박근혜 전 정부 입장에 맞춰 매각 작업을 서둘렀다. 이 과정에서 산은을 관리ㆍ감독하는 금융위원회는 “매각은 채권단에게 맡길 것”이라며 방관자적 태도를 보였다. 금호타이어가 방위산업체이기 때문에 매각 최종승인 권한이 있는 산업부도 그간 매각작업을 묵인해왔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에야 “방위산업, 지역경제, 국가경쟁력 등 종합적으로 매각을 검토해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으로 선회했다.
산업은행은 이 틈을 타 금호타이어 매각을 서둘렀다. 산업부의 사전 승인도 받지 않고, 1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중국 더블스타와 매각 협상에 매달렸다. 기술 유출 및 지역 일자리 축소 우려는 관심 밖이었다. ‘금호’상표권 사용 여부도 제대로 매듭지지 않고 매각하려다, 결국 더블스타에 이례적으로 상표권 사용료 차액을 보전해주고 매수금액 할인까지 해주려 했다. 한 은행 고위 관계자는 “친박 인사인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재임 중에 매각을 성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강했다”며 “우선매수청권이 있는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에게는 엄격한 잣대를 내세운 반면 더블스타에게는 양보를 거듭했다”고 비판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며 산은의 태도에 변화가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때부터 매각에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밝혔던 데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최근 “매각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고 쐐기를 박았다. 산은은 5일 “더블스타가 과도한 할인을 요구했다”며 매각에 부정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더블스타가 1,550억원 할인 요구에 이어 800억원을 추가로 깎아달라고 요구한 게 입장변화의 이유라고 밝혔으나, 상표권 보전비용인 2,700억원도 선뜻 부담하겠다고 했던 점을 감안하면 할인금액이 매각을 뒤집을 정도의 부담은 아니었다는 평가도 있다.
박삼구 회장도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채권단 관계자는 “실적이 어느 정도 뒷받침돼야 매각작업이 성사될 수 있다”며 “박삼구 회장은 상표권 사용 대가를 지나치게 높게 요구하는 등 협상을 줄곧 방해하며 금호타이어 경영 개선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언론과 통화에서 “이달 말 만기 도래 채무가 1조3,000억원인데 박 회장은 이에 대해서는 아무 대책도 내놓지 않은 채, 금호타이어를 싼값에 되찾겠다는 욕심만 부리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산업은행이 정권 눈치보기에만 급급해서는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과거 정책금융공사와 산업은행의 역할을 구분했던 것처럼 구조조정 문제는 민간으로 넘기고 산업은행은 필요한 부분만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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