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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부임 가능성은 0%...이것은 ‘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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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딩크 부임 가능성은 0%...이것은 ‘꼼수’다

입력
2017.09.06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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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 히딩크 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거스 히딩크 감독.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 축구가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천신만고 끝에 월드컵 9회 연속 진출을 확정하고 나서 난데없이 거스 히딩크(71)의 국가대표 감독 부임설이 불거졌다. 한 국내언론의 보도 이후 “히딩크 감독 정말 한국에 올 용의가 있다” “전제는 한국 국민이 원할 경우” “봉사할 준비가 돼 있다. 연봉은 상관없다”는 비슷한 기사가 히딩크 측 관계자의 코멘트를 인용해 쏟아졌다. 히딩크 측 관계자는 거스 히딩크 재단의 노제호 사무총장으로 보인다. 본보는 6일 노 총장과 직접 통화를 했다.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맡고 싶다는 게 무슨 소리인가.

“몇몇 기사에 나온 거 그대로다.”

-정확히 말해 달라.

“지난 6월 히딩크 감독이 컨페더레이션스컵(6.17~7.2) 해설을 위해 러시아에 갔을 때 내가 동행했다. 오래 전부터 한국대표팀의 최종예선 경기를 주의 깊게 지켜보셨다. 그러면서 한국 축구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하셨다.”

-그 봉사가 대표팀 감독직을 말하는 건가.

“그렇다.”

-그럼 당시 대한축구협회와 접촉을 했나.

“그럴 수가 없었다. 그 때는 우리가 본선을 확정 짓지 않은 상황이었다. 히딩크 감독이 두 경기 후 탈락할 수도 있는 대표팀을 맡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본선이 확정된 지금은 축구협회에 제안을 해볼 생각인가.

“기사가 이렇게 나오고 있으니 축구협회도 생각해보지 않겠나.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들이 곧 타슈켄트에서 들어온다고 하니 무슨 이야기가 있지 않겠나.”

-신태용 감독이 어려운 시기 대표팀을 맡아 본선행을 이끌었는데.

“나도 개인적으로 신태용 감독을 높이 평가하고 좋아한다. 하지만 지금은 무엇이 한국 축구를 위하는 길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우리는 비슷한 상황에서 (경험이 적은) 홍명보 감독을 잃지 않았나. 신태용 감독도 그렇게 잃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축구협회가 지금 입장을 그대로 고수한다면 어쩔 수는 없다. 히딩크 감독이 사령탑 자리가 없어서 구걸하는 것도 아니고.”

-월드컵 진출이 확정된 뒤 그럼 히딩크 감독과 통화를 해봤나.

“잠시 후 통화하기로 했다. 그런데 내 말이 맞다. 감독님 입장에는 변함없다. 내가 감독님 매니저 역할도 하고 있다. 최근에도 여러 번 같은 이야기를 하셨다.”

-히딩크 감독은 지금 어디에 있나.

“네덜란드에 있다.”

일단 확인해 봐야 할 대목은 노 총장 말처럼 ‘진짜’ 히딩크 감독이 한국 국가대표팀을 다시 맡을 의향이 있느냐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히딩크 감독이 직접 말한 것은 아니니 의구심을 갖는 게 당연하다. 히딩크 감독이 실제 이런 의사를 품고 있다면 절차적으로 틀렸고 예의에도 어긋나는 행동이다.

노 총장에 따르면 히딩크 감독은 지난 6월 울리 슈틸리케(63ㆍ독일) 감독이 경질됐을 때는 한국이 월드컵에 못 나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침묵했다. 탈락 감독이라는 위험 부담은 감수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이런 태도를 진정한 봉사로 볼 수 있을까.

또한 본선이 확정된 지금 축구협회에 조심스럽게 의사를 타진하는 게 정석인데 기다렸다는 듯 언론을 통해 기사화했다. 여론에 기대 축구협회를 압박하려는 ‘꼼수’로 보인다. 흔히 말하는 전형적인 언론플레이 형태를 띠고 있다.

포털사이트 기사의 댓글을 보니 많은 팬들이 ‘히딩크 컴백’에 열광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 ‘히딩크가 오면 좋겠지만 또 한 번 영웅을 잃고 싶지 않으니 오지 말라’는 댓글을 보면 실소가 나온다.

이란-우즈벡전의 경기 내용이 기대 이하였다고 해서 자신의 축구 인생을 걸고 어려운 시기 대표팀을 맡아 티켓을 딴 신태용(48) 감독을 헌신짝처럼 버려도 되는 건가. 백 번 양보해 한국 축구를 구하기 위해 신 감독을 ‘토사구팽’할 수 있다고 치자. 히딩크 감독이 오면 바닥을 친 한국 축구가 벌떡 살아나나. 2002년 한ㆍ일월드컵 4강의 업적이 아무리 대단해도 15년 전 일이다.

무엇보다 히딩크 감독 부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확률로 따지면 0%다. 축구협회 역시 “말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히딩크 감독은 뛰어난 리더십과 용병술로 세계적인 명장 반열에 오른 사람이다. 한국 축구와 인연도 깊다. 그가 이런 아마추어적인 방식으로 국가대표 사령탑을 타진했을 거라 생각되지 않는다. 혹시 봇물 터지듯 나오는 기사들로 이익을 보려는 세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타슈켄트=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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