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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ㆍ각목 폭력시위… 反트럼프 진영의 시한폭탄 ‘안티파(Anti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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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ㆍ각목 폭력시위… 反트럼프 진영의 시한폭탄 ‘안티파(AntiFa)’

입력
2017.09.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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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파시스트 줄임말 극단적 좌익

“비폭력 보호하려면 폭력이 필요”

검은 옷 입고 집회서 폭력 휘둘러

‘다카’ 시위에도 등장할 가능성 커

진보운동의 신뢰성 타격 우려

지난달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열린 인종주의 항의 집회에서 안티파 시위대가 ‘샬러츠빌에 복수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안티파 웹사이트(itsgoingdown.org) 캡처
지난달 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서 열린 인종주의 항의 집회에서 안티파 시위대가 ‘샬러츠빌에 복수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안티파 웹사이트(itsgoingdown.org)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5일(현지시간) ‘미등록 이주자 청년 추방유예(DACAㆍ다카)’ 프로그램의 폐지 계획 발표에 대한 반발 여론이 거센 가운데, 극단적 좌익세력인 ‘안티파(AntiFa)’의 활동에 미국 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좇는 청년들을 위한 제도였던 다카에 대한 찬성여론이 워낙 높았던 만큼 트럼프 정부의 이번 조치에 항의하는 집회가 잇따를 가능성이 큰데, 안티파가 가세하면 순식간에 과격ㆍ폭력시위로 변질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파시스트(anti-fascist)의 줄임말인 ‘안티파’는 원래 1960~70년대 독일에서 극우파에 대항하는 조직의 등장과 함께 생겨난 단어다. 미국에선 1980년대에 이런 움직임이 생겨나긴 했지만 영향력은 미미했는데,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대안 우파(alt-right)가 급부상하면서 그 반작용으로 최근 활동폭을 넓히고 있는 중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들에 대해 “반자본주의와 환경보호, 동성애자의 권리 옹호 등을 내세우며 극우파와 백인우월주의에 맞서는 식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이 ‘파시즘 반대’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폭력’을 주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외형적으로 이들이 맞서는 극우폭력세력과 다름없는 모습이다. 지난 2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에서 한 극우언론인의 강연을 저지하겠다면서 창문을 깨고 화염병 등을 던져 10만달러의 재산 피해를 입힌 게 대표적이다. NYT는 “안티파 회원들은 우익 적대자들을 상대할 때 주먹과 각목, 후추가 든 스프레이 용기 등을 사용하는 데 대해 일말의 거리낌도 없다”고 했다. 안티파 회원인 에밀리 로즈 노어트(20)는 “비폭력을 보호하려면 폭력이 필요하다. 바로 지금이 그래야 할 때이며 ‘완전한 전쟁’이다”라고 말했다. 주로 검은 마스크를 쓴 채 무기와 방패, 헬멧 등을 들고 집회 현장에 나타나 폭력을 행사하는 게 이들의 방식이다.

이런 가운데, 미 국토안보부(DHS)가 안티파의 활동을 ‘국내 테러리스트 폭력’(domestic terrorist violence)으로 분류해 온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미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는 지난 1일 “2016년 초부터 연방당국이 ‘안티파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다’면서 주정부와 지방정부에 경고를 보낸 사실이 담긴 기밀문서를 입수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안티파의 잠재적 위험성에 미국 사회가 주목한 것은 지난달 12일 샬러츠빌 폭력 사태가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그보다 훨씬 이전에 DHS가 “좌파 무정부주의자와 우익 백인우월주의자 간 치명적인 폭력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 신호를 보냈다는 것이다.

안티파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는 좌파 진영에서도 나온다. 세계적인 석학이자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지식인 노엄 촘스키 교수는 안티파의 활동방식에 대해 “원칙적으로 잘못된, 전술적으로는 자기파괴적”이라고 지적한 뒤, “우파들에게는 커다란 선물”이라고 표현했다. 샬러츠빌에서 발생한 인명피해가 기본적으로 백인우월주의 세력의 책임임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양쪽 다 잘못”이라는 엉뚱한 양비론을 펼친 것처럼, 극우세력이 이들의 ‘폭력’을 물고 늘어질 경우 진보운동 전체가 신뢰를 잃는다는 뜻이다.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안티파의 존재는 무정부주의자들이 평화시위를 쉽게 가로채갈 수 있다는 불길한 징조”라고 꼬집었다. 결국 안티파는 이들이 비판하는 극우세력과 이념만 반대일 뿐, 사실은 거울격인 존재나 마찬가지라는 얘기인 것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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