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후 EU 이민자 제한
내무부 계획, 내각서 의견 대립
EU협상 주요 사안… 관철 미지수
영국 정부가 유럽연합(EU) 탈퇴 이후 EU 출신 미숙련 노동자의 이주를 대폭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에 이어 테리사 메이 영국 정부도 ‘영국 우선주의(Britain First)’ 정책을 구체화함에 따라 서방 주요국이 빗장을 걸어 잠근다는 반발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5일(현지시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고급 기술 보유자를 제외한 모든 EU 이민자의 영국 거주와 취업을 제한하는 계획이 담긴 내무부 문서를 공개했다. 문서의 정식 명칭은 ‘브렉시트 이후 국경ㆍ이민ㆍ시민권 체계’로 지난달 작성이 완료된 것으로 기재돼 있다. EU회원국 출신 미숙련 노동자의 유입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이민 노동자 전반의 영국 정착 기회를 제한하는 것이 내무부 계획의 골자다.
이민 제한을 위해 논의되고 있는 조치는 상당히 구체적이다. 문서에는 ▦고급 기술자에게는 3~5년의 노동을 허가하고 미숙련 노동자의 경우 최장 2년의 거주 허용 ▦시민권자가 아닌 가족을 영국으로 데려올 권리 박탈 ▦영국 입국 시 자국 신분증이 아닌 여권 필수 제시 등의 규제를 신설한다는 구상이 담겼다. 내무부는 또한 “이민(체계)은 이주민뿐 아니라 기존 (영국) 주민들의 삶에 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영국의 고용주는 가능한 한 국내에서 고용 수요를 채워야 한다”고 밝히는 등 ‘영국에 이익이 될 이민자만 받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기조 아래 지난해 기준 13만3,000여명인 EU 회원국으로부터의 순유입 인구를 향후 10만명 이하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내무부 계획은 아직 각료급의 승인을 거치지 않은 상태다. 이 문서가 고위 관료들 사이에서 공유되면서 내각에서도 의견 대립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 총리를 비롯해 영국이 EU 단일시장 및 관세 동맹을 모두 떠나는 ‘하드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진영의 의견이 문서에 대폭 반영된 만큼, 소프트 브렉시트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특히 인력 운용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는 산업계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EU와 협상에서 관철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영국 내 EU 국민의 지위 문제는 올해 6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브렉시트 협상에서도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다뤄져 왔다. EU 협상단이 이를 최우선 협의 사항으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EU 측 수석 대표인 미셸 바르니에 전 집행위원은 3차 협상 후 “주요 협상 주제에서 결정적인 진전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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