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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한에 납치됐다”자작극 50대 구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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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한에 납치됐다”자작극 50대 구속

입력
2017.09.0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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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130만원 탐나 범행

“왜 나를 의심하느냐”허언

수색작업으로 공권력만 낭비

전북 남원경찰서 전경.
전북 남원경찰서 전경.

‘괴한에 납치됐다’며 자작극을 벌여 수사에 혼선을 준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납치 사건을 밝히기 위해 공권력을 허비해야 했다. 전북 남원경찰서는 6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A(52)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7월 13일 오후 1시5분쯤 남원시 동충동의 한 은행 현금지급기에서 지인 B(62ㆍ여)씨의 신용카드로 현금 130만원을 인출해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자신이 괴한에 납치돼 인출한 돈을 뺏겼다며 경찰에 허위신고를 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뚜렷한 직업이 없었던 A씨는 남원의 한 식당에서 잔심부름을 했다. 식당주인 B씨는 A씨의 처지를 가엽게 여겨 심부름의 대가로 끼니를 해결해줬다. 그러다 A씨는 B씨로부터 솔깃한 심부름을 받고 흑심이 생겼다. 신용카드로 근처 은행에서 130만원의 현금서비스를 받아오라는 것이었다.

은행에서 현금을 인출한 그는 이 돈을 가로채기 위한 자작극을 궁리했다. 당시 A씨는 다급한 목소리로 B씨에게 전화를 걸어 ‘은행을 나서고 있는데 험상궂은 남성들이 납치해 장수군의 한 계곡으로 끌고 와 때리고 돈을 빼앗았다’고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B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A씨 수색작업이 시작됐다. 경찰은 은행 주변의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고 통신 수사 등을 벌였다. 하지만 장수군으로 끌려갔다던 A씨의 마지막 휴대전화 위치가 전남 순천으로 확인됐고 A씨를 끌고 간 남성들은 CCTV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택시를 타고 구례에서 순천을 지나 여수로 이동한 정황이 포착됐다. 납치 신고에 경찰 가용 인력이 모두 동원됐지만 수사 개시 3시간여 만에 자작극으로 드러났고 A씨는 사건 당일 종적을 감췄다.

경찰은 A씨의 자택과 식당 주변 등을 탐문하던 중 그는 이튿날 오전 6시쯤 스스로 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급하게 뛰어 들어온 A씨는 ‘나 좀 살려 달라. 호텔에 감금돼 있다가 유리창을 깨고 탈출했다’고 태연하게 거짓말을 늘어놨다.

자작극임을 눈치 챈 경찰은 A씨를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하다가 전날 사건 당시 행적을 캐물으며 추궁했다. 그는 펄쩍 뛰며 오히려 자신을 범죄자 취급하는 경찰에게 항의했다. 경찰 조사를 마친 뒤에도 ‘왜 나를 납치하고 폭행한 사람들을 잡지 않느냐, 왜 나를 의심하느냐’고 수 차례 경찰에 전화를 걸었다.

증거를 충분히 확보한 경찰은 A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신병을 확보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절도와 횡령 등 전과 19범의 전력이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돈을 가로채기 위해 납치극을 벌인 것 같다”며 “주거가 일정하지 않고 도주의 위험이 있어 구속했다”고 말했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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