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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베베’ 어쩌다 현아마저 ‘아기’가 됐나

입력
2017.09.0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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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정진영] 당차고 강렬한 섹시미의 선두주자였던 현아이기에 더 안타깝다. 최근 신곡 ‘베베’를 발표한 현아가 이전과 다소 다른 콘셉트와 가사로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 나섰다. 이런 변신을 반기는 팬들도 있지만 아쉽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베베’는 트로피컬한 느낌의 미니멀한 악기 구성과 사운드 패턴이 돋보이는 편곡의 곡이다. 지금까지 보여줬던 현아만의 스타일을 내려놓고 공기감 있는 랩과 보컬로 부드러우면서도 힘 있게 목소리를 살려낸 점이 특징이다. 최근 가요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트로피컬 장르를 사용했다는 점과 가창의 변화는 신선하다. 강렬한 랩핑을 다소 거두고 멜로디에 맞게 목소리의 변주를 시도했다는 점도 눈 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문제는 가사의 내용과 콘셉트다. ‘베베’는 지금까지 현아가 쌓아왔던 당차고 주체적이고 스스로를 어필할 줄 아는 여성상에서 한참 퇴보해 있다.

‘아이 엠 저스트 26’이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베베’는 이후 상대를 향한 좋아하는 감정을 드러내면서 기묘해진다. ‘내 모습이 베이비 베이비 베이비 베이비. 네 앞에선 베이비 베이비 베이비 베이비’라고 하더니 ‘유 메이크 미 25 25 25, 유 메이크 미 24 24 24, 아이 필 라이크 21 21 21’이라며 좋아하는 상대 앞에서 점차 어려지게 된다고 어필한다. 나이는 점차 내려가서 2절에는 열아홉, 열일곱을 지나 열다섯까지 떨어지더니 결국엔 ‘유 메이크 미 베이비 걸’이라는 가사까지 등장한다. 즉 ‘베베’는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 아기가 돼 버린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베베’ 속에 등장하는 ‘베이비 걸’이나 ‘열아홉, 열일곱, 열다섯’의 표현들은 쓰인 그대로라기 보다는 은유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더 자연스럽다. ‘아이 필 라이크 열다섯’이라 해서 이를 실제 미성년자와의 사랑으로 해석하면 곤란하다. 다만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니 아기처럼 수동적이게 변하고 몸이 꼬이기만 하는 주체가 현아란 점은 안타깝다. ‘트둥이’라는 별명까지 있을 정도로 아이 같은 청순함으로 인기몰이를 하는 트와이스나 ‘쟤 이뻐’, ‘얘 이뻐’라고 외치는 러블리즈 같은 그룹들이 최근 가요계에는 많이 있지만, 현아만큼은 이런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주체적인 여성상을 보여왔다. 사랑을 하면 수줍어지는 이가 있는가 하면 사랑을 하면 오히려 더 적극적이게 변하는 이도 있는 법이다. 이효리가 ‘텐 미닛’에서, 걸스데이가 ‘여자 대통령’에서 그랬던 것처럼. 점차 걸그룹들이 수동적이고 유아화 돼 가는 경향성을 보이는 가요계에서 현아의 존재감은 특별했다.

앞선 앨범 ‘어때?’에서 ‘다 여기 와서 흔들어 우리 같이 춤추자’, ‘얼른 와서 따라해’라고 외치던 현아는 ‘베베’에서는 ‘어서 데려가 좀 더 놀아줘 봐’라고 180도 달라진 면을 보인다. ‘내 집에서 나가. 너 내 집에서 나가’(내 집에서 나가)라던 단호한 태도도 ‘먼저 들어와 봐 내가 좋다면’(빨개요)이라던 유혹도, ‘거지 같은 네 기준에 날 가두지 마 흥미 없어’라던 당찬 여성도 ‘베베’에선 찾을 수 없다. 현아마저 아기로 만든 ‘베베’는 일시적인 일탈에서 그칠까.

사진=큐브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진영 기자 afreec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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