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해상운송 9개사 조사 5년 넘게 끌다가
공소시효 보름 앞두고 430억 과징금ㆍ검찰 고발
검찰, 부랴부랴 2곳만 기소… “전속고발권 폐해”
글로벌 해운회사들이 자동차의 국제 해상운송료와 관련, ‘카르텔’을 형성해 담합한 사실을 공정거래위원회가 알아챈 건 2012년 7월. 조사에 나선 공정위는 2002년 8월~ 2012년 9월 일본ㆍ노르웨이ㆍ칠레ㆍ한국 등 9개 해운사가 노선 별로 기존 계약업체가 낙찰 받을 수 있도록 합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2002년 8월 26일 각 업체 고위 임원 모임에서의 합의에 따라 입찰에 참가하지 않거나 고가의 운임으로 투찰하는 수법으로 특정업체에 계약을 밀어준 것으로 조사됐다.
운송 계약 담합은 운임 인상으로 이어졌다. 일본 국적의 니혼유센과 이스라엘 국적의 짐 인터그레이티드 쉬핑 서비스 엘티디는 2008년 3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현대자동차 제품의 한국발 이스라엘행 노선 계약에서 운임을 차량 한 대당 100달러씩 올렸다. 담합에 따라 한국에서 나가는 선박뿐 아니라 한국으로 수입되는 자동차 운송 선박도 담합 대상이어서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9개 업체에 총 43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5곳을 검찰에 고발했다. 조사에 협조한 3곳은 리니언시(자진신고 면제)가 적용돼 고발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공정위가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건 공소시효 만료일(9월5일)을 불과 보름 앞둔 지난달 18일. 공정위는 5년이 넘도록 조사해 놓고 검찰에게 2주 만에 수사ㆍ기소까지 하라고 한 셈이다.
이로 인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구상엽)는 부서 전체 검사와 수사관을 모두 투입했지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수사로 인한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검찰은 5일 한국과 북중미, 유럽, 지중해 등을 오가는 자동차 해상운송 노선 입찰을 담합한 혐의로 글로벌 자동차 해상운송업체 니혼유센과 유코카캐리어스 2곳을 기소했다. 2006~2012년 완성차 업체들이 발주한 한국발 카리브ㆍ중미행, 한국발 유럽ㆍ지중해행, 한국발 북미행, 미국발 한국행 등 4개 노선 입찰에서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담합 액수 규모는 공소장에 담지도 못했고, 기소된 2곳 외에 3곳은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검찰은 공정위 행태에 입을 다물고 있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하는 모습이다.
이번 사건이 공정거래법 위반 사항을 공정위만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전속 고발권 폐해를 극명하게 보여줬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평이다. 가맹점 갑질로 물의를 빚은 미스터피자에 대해서도 검찰이 거꾸로 공정위에 공정거래법 위반 고발을 요청할 정도로 공정위의 전속 고발권 논란이 적지 않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정위가 불공정 거래 관련 정보를 독점하지 말고 사건 초기부터 검찰과 협조했다면 시효 내에 전부 기소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늑장 고발’ 비판에 대해 공정위 측은 “늦은 건 맞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안아람 기자 onesho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