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조마조마했다.”
신태용(48) 축구대표팀 감독이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종료휘슬이 울린 뒤에도 마음 놓을 수 없었던 아찔한 심정을 솔직히 토로했다.
신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6일(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벡과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경기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신 감독과 선수들은 맘껏 환호하지 못했다. 같은 시간 벌어진 경기에서 시리아가 1-2로 지고 있다가 종료 직전 동점골을 넣어 2-2가 됐기 때문. 만약 시리아가 1골을 더 넣어 이기면 본선 직행 티켓은 시리아에게 가고 한국은 3위로 플레이오프로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경기는 그대로 2-2로 끝나 한국이 천신만고 끝에 2위를 지켰다. 그제야 선수들은 활짝 웃었고 신 감독을 헹가래 치며 9회 연속 진출의 기쁨을 만끽했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자력으로 월드컵에 나가지 못하고 이란의 도움을 톡톡히 받은 데다 우즈벡을 이기지 못하며 결국 최종예선 원정 5경기를 무승(2무3패)으로 마감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신 감독은 “팀을 맡은 지 얼마 안 됐고 반드시 월드컵에 가기 위해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인정하며 “앞으로 남은 기간 멋진 팀을 만들겠다. 한국 축구가 얼마나 강한 지는 러시아에서 느끼게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음은 신태용 감독 일문일답.
-경기를 마친 소감은.
“승리를 가져가기 위해 우즈벡에 왔는데 아쉽게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그래도 9회 연속 월드컵에 오를 수 있어서 기쁘다. 현지에 있는 교민들과 한국에 계신 국민들, 축구 팬들께 감사드린다. 조마조마하시면서 휘슬 불 때까지 응원해 주셔서 선수들이 힘을 얻었다. 이것을 계기로 잘 준비하겠다.”
-오늘 경기는 어땠나. 본선에서는 어떤 것을 보완해야 하나.
“홈에서 이란과 아쉬운 무승부를 하는 바람에 오늘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선수들이 평정심을 잃지 않고 하고자 하는 것을 이야기 하면서 집중력과 자신감이 좋았던 것 같다. 우즈베키스탄도 오늘 상당히 좋은 경기를 했다. 중요한 일전이었지만 페어플레이를 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을 지도한 지 열흘 밖에 되지 않았다. 앞으로 있을 9개월 동안 멋진 팀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겠다.”
-열흘 간 가장 어려웠던 선택은 뭐였나.
“아시아에서 가장 강하다는 이란과 만났다. 홈 경기라 절대 지거나 선제골을 내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한국에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인정한다. 그래도 지지 않는 데뷔전을 했기에 이번에는 자신 있게 했다. 이란이 워낙 강팀이라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이제는 많이 해소됐다.”
-전반과 후반 분위기가 달랐는데.
“아시다시피 우즈벡은 무조건 이겨야 했다. 전반부터 상당히 강하게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반에는 우리가 대등하게 경기를 하더라도 급하게 갈 필요는 없다고 주문했다. 우즈벡은 매 경기 후반 체력 저하를 보였다. 그 점을 생각했는데 오늘 적중했다. 비록 골은 못 넣었지만 우즈벡을 압박할 수 있어서 좋았다.”
-월드컵 진출을 축하한다. 우즈베키스탄은 계속 탈락하고 있다. 뭐가 문제라고 보나.
“2015년 아시안컵 8강전과 바바얀 감독과 올림픽 팀에서 만났을 때 느꼈는데 우즈벡은 결코 약하지 않다. 월드컵에 나갈 기량이 있는 팀이다. 좋은 팀이라고 생각한다.”
-이란과 시리아전은 경기 중 확인을 했나.
“나만 마지막쯤에 알았다. 선수들에게는 일절 이야기 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2-1로 이기고 있다고 들었는데 나중에 2-2가 됐다. 그런데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해서 많이 긴장되고 끝까지 조마조마했다.”
-두 경기에서 득점이 없는데.
“나는 상당히 공격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부임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 부분이 있다. 원하는 패턴을 했지만 시간이 짧아 완전히 입히지는 못했다. 대한민국 축구가 얼마나 강한지는 러시아 월드컵에서 느끼게 될 것이다.”
타슈켄트=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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