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장 교섭단체 대표연설 거부
文대통령 면담 요청은 거절 당해
대북정책 등 투쟁 전선 더 확대
같은 야당도 “보이콧 명분 없어”
정기국회 보이콧을 이틀째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대여 투쟁이 더욱 강경해지고 있다.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파행시켜 본회의에 출석했던 총리와 국무위원들이 허탈하게 발을 돌려야 했고, 현역 의원 80여명이 항의 방문을 한다며 청와대로 몰려갔다.
한국당의 강경 투쟁은 5일 오전 예정된 국회 원내교섭단체 연설 거부부터 시작됐다. 대표연설자였던 정우택 원내대표는 미리 준비해뒀던 연설문 주요 내용을 본회의장 대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읽었다. 그는 “여야 협치와 소통의 기초적인 환경이 무너지고, 안보 무능과 인사 참사, 그리고 공영방송 장악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반성과 사과도 없는 상황에서 한국당이 들러리 격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여ㆍ야ㆍ정 국정 상설협의체 구성 제안을 거부했다. 한국당의 일정 파기에 본회의는 4분 만에 끝났고,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국회를 떠났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북한 핵실험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하고 민생을 챙겨야 하는 엄중한 시기에 정기국회가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국회 의사과 관계자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전례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본회의 개의 시간에 의원총회를 열어 대여 투쟁결의를 다졌다. 이어 버스 3대를 나눠 타고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다리고 있던 서울고용노동청으로 향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도착하자마자 격앙된 표정으로 “체포영장 청구할 때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김 장관은 “청와대의 지시는 없었고,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체포영장 발부 소식을 (뒤늦게) 듣고 화를 많이 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한국당 의원들은 “차라리 지시를 받았다 말해라. 장관직에서 사퇴하라”며 강경기조를 누그러트리지 않았고, 김 장관 역시 “고용노동부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만 본다. 정치적인 것은 보지 않는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한 한국당 의원들은 청와대로 발걸음을 옮겼지만 소득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80여명의 의원들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 도착해 문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그러나 청와대가 면담을 거부하고 대신 전병헌 정무수석과 대화를 제안하자 강하게 반발하며 영내를 떠났다. 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제1야당 의원들의 면담을 거부하는 것은 소통이 아닌 ‘쇼(Show)통’임을 자인한 것”이라며 “야당으로선 현재 입장(보이콧)을 견지할 수밖에 없다는 강한 의지를 갖게 된다”고 강조했다.
국회로 돌아온 한국당 의원들은 의원총회를 재차 열어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 비판으로 대치 전선을 확대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6일 오전 북핵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고 오후에는 경기 김포 애기봉 군부대를 시찰하기로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의 6∼7일 러시아 방문 기간에는 장외투쟁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홍준표 대표는 “대통령이 국익을 위해 해외에 나가는 만큼 여야를 떠나 국내에서 장외투쟁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국당의 보이콧을 바라보는 시선은 같은 야당에서도 곱지 않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의 보이콧은 명분이 없다”며 “한국당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해도 내주에는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겠다”고 한국당을 압박했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김정현 기자 virt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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