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변회 “사회적 인식 변화” 등록 신청
대한변협은 “명백한 결격 사유” 난색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양심적 병역거부’로 1년 넘게 복역한 뒤 최근 출소한 백종건(32) 변호사의 변호사 재등록 신고를 허가했다. 백 변호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로 수감생활을 하다가 나온 첫 사법연수원 출신 법조인이다. 하지만 재등록 허가의 최종 결정권을 쥐고 있는 대한변호사협회는 등록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실제로 재등록이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서울변회는 병역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백 변호사가 변호사 재등록을 신청한 건에 대해 적격 의견으로 대한변호사협회에 송부할 예정이라고 5일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한변협이 조만간 등록심사위원회를 열어 백 변호사의 재등록 여부를 최종 심사하게 된다.
백 변호사는 2008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후 다음해 사법시험 합격자 중 첫 병역거부자가 됐다. 지난해 병역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6월이 확정됐고, 올해 5월 말 출소했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은 사람’에 대해 변호사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변호사법 제5조에 따라 그의 변호사 등록은 취소됐다.
서울변회는 백 변호사의 변호사 재등록 신청을 받아들인 사유로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된 헌법 제19조의 입법 취지와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최근 사회적 인식 변화를 꼽았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양심적 병역거부 및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국민 인식이 변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양심적 병역거부 및 대체복무제 도입은 기본적 인권으로 인정되는 추세”라며 “법원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 및 대체복무에 대해 이를 인정하는 전향적인 판결을 내리고 있다”고 적격 의견을 낸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 법원은 올해에만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이날까지 총 26건의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국민 인권의식 조사’ 결과 2005년 10.2%에 불과했던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의견이 2016년에는 46.1%까지 증가했다. 서울변회가 2016년 소속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 변호사 1,200명 중 80%가 대체복무제 도입을 찬성했다.
하지만 백씨의 경우 변호사법 5조에 변호사 결격 사유로 언급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 받고 그 집행이 끝난 후 5년이 지나지 않은 자’에 해당한다. 실제로 대한변협은 백 변호사의 경우 명백하게 변호사법이 정한 결격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재등록 명분이 없어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서울변회 측은 “(백 변호사가) 변호사법 5조에 따라 결격사유에 해당하긴 하지만 이 법을 획일적으로 적용할 게 아니라 어떤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는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법률전문가 단체인 서울변회 차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및 대체복무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를 촉구하기 위해 적격 의견을 제출하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찬희 서울변회 회장은 “만약 대한변협이 등록을 거부하면 서울변회 차원에서 변호사법 규정이 헌법에 합치하는지 문제를 제기하는 등 법률적 지원에 나서는 방안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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