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암동굴에 8500톤 무단배출 적발
양돈농가 대표 2명 구속영장 신청
지하수가 흘러들어 가는 통로인 '숨골'에 8,500톤이 넘는 가축분뇨를 무단 배출한 제주지역 양돈농가들에게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가축분뇨를 불법 배출한 A농장대표 진모(57)씨와 B농장대표 고모(42)씨 등 2명을 가축분뇨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5일 밝혔다. 자치경찰은 또 초지에 가축분뇨를 불법으로 버린 혐의로 C농장대표 김모(47)씨와 양돈 시설을 철거하면서 나온 사업장 폐기물 1,000여톤을 불법 매립한 혐의로 건설업체 대표 주모(48)씨를 불구속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자치경찰에 따르면 진씨는 2013년부터 올해 7월까지 연평균 돼지 3,000마리를 사육하며 가축분뇨 저장조 상층부에 관을 연결하거나 구멍을 뚫는 수법으로 3,500여톤의 가축분뇨를 인근 제주시 한림읍 상명리 산간에 있는 폐채석장(옛 상명석산) 용암동굴 숨골에 불법 배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진씨는 또 건설업체 대표 주씨와 공모해 옛 돈사 해체과정에서 발생한 폐콘크리트, 철근 등 사업장폐기물 1000여톤을 농장 진입로와 옛 저장조 등에 불법 매립하고, 준공검사도 받지 않은 채 새로운 돈사를 건립한 뒤 돼지를 사육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씨도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연평균 돼지 3,000마리를 사육하면서 가축분뇨 저장조에 모터 펌프를 설치, 80여m 떨어진 숨골로 보내거나 차량에 실어 옮기는 방법으로 총 5,000여톤의 가축분뇨를 몰래 버린 혐의로 적발됐다.
김씨는 2015년부터 2016년 10월까지 연평균 돼지 2,000마리를 사육하면서 50여톤을 인근 농지에 불법 배출했으며, 트랙터에 액비살포기를 달아 총 600여회에 걸쳐 4,700여톤을 초지에 무단으로 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자치경찰은 중장비를 동원해 분뇨 배출지 인근 숨골과 용암동굴(길이 70ｍㆍ폭 7ｍ)을 굴착조사를 실시한 결과 바닥에 돼지 털까지 묻은 가축분뇨 찌꺼기가 가득 쌓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숨골은 용암동굴이 붕괴하거나 지표면 화산암류가 갈라져 지표수가 지하로 잘 흘러드는 곳으로, 지하수 함양의 원천인 동시에 오염에도 취약하다.
진씨와 고씨가 불법으로 용암동굴 숨골에 버린 가축분뇨는 제주종합경기장 실내수영장(2,993㎡) 5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1.5ℓ들이 물병 500만병 상당에 해당한다.
김동규 제주자치경찰단 경찰정책관은 “불법 배출한 분뇨량이 수천톤에 이르는 등 환경파괴가 심각하며, 이미 유입된 가축분뇨의 경우 원상회복에 수십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사실상 피해회복이 어렵다”며 “앞으로 축산환경특별수사반을 설치해 수사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숨골에 가축분뇨를 무단으로 버린 사건이 알려지자 그동안 축산악취로 고통받던 제주시 한림읍 주민들은 지난달 29일 제주시 한림읍사무소 앞에서 규탄 대회를 열고 양돈농가 구속처벌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제주양돈협의회는 무단 유출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분뇨 무단배출로 적발된 농가에 대해 농협과 대한한돈협회에서 제명하는 제재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농협과 대한한돈협회에서 제명되면 각종 보조금 사업에 불이익을 받게 된다.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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