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너의 곁에 있을게~” 올 초 큰 사랑을 받은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김신(공유)과 지은탁(김고은)이 바다에서 처음 만났을 때 흐르는 노래 ‘뷰티풀 라이프’다. 피아노 연주에 가수의 낮게 깔린 감미로운 목소리가 더해져 여운이 깊은 발라드 곡이다. 올 상반기에 음원 사이트에서 세 번째로 가장 많이 재생(8,300만 여건ㆍ가온차트 기준)된 히트곡이기도 하다.
이 노랠 부른 가수는 크러쉬(본명 신효섭)다. “정말 잘 된 일이지만, 마음 한 켠으론 씁쓸하기도 했어요.” 최근 서울 상암동 MBC에서 만난 크러쉬는 ‘뷰티풀 라이프’로 폭 넓은 사랑을 받은 것에 대해 “음원 차트 1위를 했을 때 만감이 교차했고, 괴리감에 빠졌다”며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크러쉬는 ‘음색깡패’라 불리는 리듬앤블루스(R&B) 스타다. 흑인 음악을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적 실험을 해왔는데, 정작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적 스타일과 다른 장르(발라드)를 했을 때 더 큰 사랑을 받아 혼란이 온 것이다. 데뷔 5년 차 가수에 찾아온 성장통이다. 크러쉬는 고민 끝에 답을 찾았다. “팬들이 내 곡을 들었을 때 좋으면 그게 내 스타일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새로운 기회가 찾아왔다. 크러쉬는 멕시코의 유명 프로듀서 페르난도 가리베이와 신곡 작업 중이다. 가리비에는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의 앨범 ‘본 디스 웨이’ 등을 제작했다. 두 사람의 합작은 오는 26~28일 상암동 일대에서 열릴 ‘2017 서울국제뮤직페어’에서 선보일 한국과 해외 음악인의 합작 프로젝트로 이뤄졌다.
크러쉬는 가리베이가 만든 멜로디를 편곡하고 노랫말을 짓는다. 크러쉬는 “(미국) 뉴욕의 겨울 오후 3시쯤에 광장에서 비둘기들이 모이를 먹고 있는 장면이 떠오르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쉽게 얘기하면 “영화 ‘어거스트 러쉬’ OST 같은 분위기의 곡”이다.
크러쉬는 엉뚱하다. 지난해 한강으로 가 ‘멍 때리기 대회’에 참여해 우승했다. 그는 “자극적인 음식, 자극적인 프로그램, 요즘 주변이 다 자극적인 것 같다”며 “거기서 한 발짝 물러나보고 싶었다”며 웃었다.
빈 틈이 많아 보이지만, 힙합신에선 인정 받는 음악인이다. 노래 ‘양화대교’로 유명한 자이언티가 크러쉬를 먼저 알아봤다. 크러쉬는 2011년 홍익대 인근을 걷던 자이언티에게 “내 음악 좀 들어봐 달라”고 말을 걸어 인연을 맺었다. 크러쉬는 자이언티가 준 이메일로 곡을 보냈다. 자이언티는 노래에 반해 크러쉬에게 바로 연락했고, 그의 ‘길’을 열어줬다. 두 사람은 노래 ‘그냥’(2015)을 합작해 큰 사랑을 받기도 했다.
크러쉬는 중1때부터 랩을 썼다. 2012년 데뷔해 ‘우아해’, ‘가끔’ 등의 히트곡도 냈다. 그는 래퍼 지코와 페노메코, 가수 딘 등과 창작팀 팬시 차일드를 꾸려 음악적 토양도 다지고 있다.
“평소엔 친구들이 음악 밖에 할 줄 모른다고 (이름을 빗대) ‘효춘 공주’라고 불러요. 전구도 잘 못 갈거든요. 군대 다녀오고 나면 잘 할 수 있겠죠? 하하하”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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