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은 한마디로 격앙 그 자체다.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도 불구하고 ‘평화적 해법’과 ‘대화’를 모색해 온 국제사회에 6차 핵실험이라는 폭거는 북한 스스로 협상 테이블을 걷어찬 것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핵 인질로 삼아 무력으로 굴복시키겠다는 전면적 선전포고와 다름없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실전배치를 코앞에 두고, 핵을 무기화하는 이른바 ‘레드라인’을 사실상 넘어선 상황에서 국제사회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이제 분명해졌다. 북한이 더 이상 국제사회의 가치를 우롱하지 못하도록 모든 형태의 압박과 제재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협상장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도록 북한의 목줄을 조이는 것이다. 그간 숱하게 유엔 안보리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제재 결의가 나왔지만, 북한의 도발을 막지 못하고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북핵 불용’이라는 국제사회 공동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의지와 수단이 약했기 때문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핵탄두를 ICBM에 실어 무기화할 수 있는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지금 국제사회가 여전히 자국 이기주의의 잣대에만 갇혀 단합된 목소리를 내는 데 실패한다면 더는 북한의 폭주를 제어할 시간도 기회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6차 핵실험에 대한 중심적 대응은 유엔 안보리를 통해 추가 대북제재를 끌어내는 일이다. 한국과 미국, 일본의 요구로 어제 긴급 소집된 안보리 긴급회의에서는 중국의 반대로 번번이 가로막힌 대북 원유공급 전면 중단이나 북한 노동자 송출 전면 금지 등이 집중 거론될 게 분명하다. 아직 중국의 전향적 태도 변화는 감지된 게 없으나, 북한의 6차 핵실험을 마지노선이라고 해 왔던 중국 입장에서도 과거처럼 모르는 척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미국은 안보리에서의 제재 합의가 실패했을 경우에 대비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모든 기관과 개인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과 함께 가능한 모든 군사적 옵션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상태다.
문제는 이런 마당에도 한미 간에 일부 불협화음이 터져 나오고, 문재인 정부의 안이한 대북 인식이 그 주된 원인일 가능성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그제 트위터에서 “내가 한국에 말했듯, 그들(한국)은 북한에 대한 유화적 발언이 효과가 없을 것임을 알아 가고 있다”며 한국을 공개 비판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한미 간의 이상기류는 여러 번 지적된 바 있다. 경제적ㆍ군사적으로 북한을 압박해 대북 지렛대를 높이려는 트럼프 정부에 대해 문 대통령이 여러 차례 ‘전쟁 결사반대’를 외치며 협상력을 되레 떨어뜨리는 엇박자를 낸 것이 단적인 예다. 지난달 말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첫날 방한한 미국 의원단에게 “미국의 아주 제한된 군사적 옵션 실행이 주한미군 생명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미국을 ‘위협’한 것도 본말이 전도된 사례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안보리 결의에 맞춰 무려 네 차례 추가 독자제재에 나서고 일본도 자체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 정부는 “검토하고 있다”고만 할 뿐 아직 한 번도 독자제재에 나선 적이 없다. 이래서는 제재와 압박을 논할 자격이 없다.
문 대통령은 그제 “최고로 강력한 응징방안을 강구하라”고 했다. 하지만 ‘말 따로 행동 따로’가 계속되는 한 제대로 운전대를 잡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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