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MBC 노조가 4일 0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양대 공영방송의 동시 총파업은 2012년 이후 5년 만이다. 이에 따라 양 방송사의 뉴스 편성 축소와 주요 예능프로그램 결방 등 방송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양 방송사 노조의 요구사항은 공영방송 개혁과 경영진 퇴진이다. 파업 참가자들은 “언론 정상화 싸움에서 승리해 ‘국민의 언론’‘언론다운 언론’을 품에 안겨 드리겠다”고 밝혔다. KBS와 MBC는 박근혜ㆍ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9년간 불공정ㆍ왜곡보도를 양산해 시청자의 신뢰를 잃었다. 특히 MBC는 공정방송과 언론자유를 요구하는 기자와 아나운서, PD를 스케이트장 청소 등 비제작 부서에 발령하는 등 터무니없는 인사를 자행했다. MBC 김장겸 사장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도 이런 부당노동행위를 조사하기 위한 노동당국의 출석 요구에 수차례 불응했기 때문이다.
현 경영진에 대한 책임 추궁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방송의 독립이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부패한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할 수 있도록 공영방송을 정상화하는 게 시급한 과제다. 양 방송사 노조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 방송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에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 처리가 여야의 정치적 셈법 때문에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의원 162명은 공영방송 이사를 여야가 각각 7명, 6명씩 추천하고, 사장은 이사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뽑는 특별다수제 도입을 규정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방통위 업무보고에서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뽑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고 언급해 논란이 됐다. 파장이 일자 민주당은 “당론을 재검토하거나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여권에 더 유리한 안을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개정안이 야당에 유리한데도 국회 통과를 저지해온 자유한국당의 태도는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된 보수 성향의 KBS와 MBC 사장의 임기가 남아 있어 최소한 내년 지방선거까지는 자리에 있는 게 낫다는 계산으로 방송법 개정에 소극적이라는 분석이 많다. 공영방송 신뢰 추락의 책임을 통감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정치적 타산에 빠진 행태가 한심하다. 숱한 논란 끝에 마련된 방송법 개정안은 현실적으로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최선의 방안으로 평가된다. 하루빨리 개정안 처리를 서두는 것이 국민의 신뢰가 무너진 공영방송을 되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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