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소탄 개발 주장 무시 어려워”
핵탄두 60개 만들 재료 확보 관측
송영무 국방 “핵탄두 소형화로
ICBM에 탑재 가능 판단”
민간 전문가 “무게 500kg 정도면
하와이 도달도 쉽지 않다”
한미 정보 당국과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거의 완성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잇달아 성공한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을 목격하면서다. 그러나 능력의 실체가 극히 불분명한 만큼 평가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4일 군과 민간 전문가들 설명을 종합하면 50~70kt으로 추정되는 파괴력으로 미뤄볼 때 전날 북한이 6차 핵실험에 쓴 폭탄은 내부에 이중수소와 삼중수소 또는 리튬-6를 넣어 핵분열 반응을 높인 증폭핵분열탄에 가깝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위력이 16kt이었던 만큼 증폭핵분열탄도 위력이 일반 원폭보다 훨씬 크지만, ICBM 장착용 수소탄이라는 북한 주장과는 다소 다르다. 국방 당국 관계자는 “수소탄이라면 적어도 폭발력이 200kt은 돼야 한다”고 했다. 수소탄 실험을 했다고 북이 주장한 지난해 1월 4차 실험 때도 위력은 6kt가량이었다.
다만 당국이 북의 핵 능력을 의식적으로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기상청은 북한 핵실험에 따른 지진 규모를 5.7로 분석했으나 미국과 중국이 밝힌 수치는 6.3, 일본은 6.1로 각기 달랐다. 우리 기준으로 추정하면 6차 핵실험 위력이 5차 당시의 5~6배지만 미국 기준일 경우 최대 16배까지 커진다.
미국 북핵 전문가들도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했다는 북 주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번 핵실험이 위력이 직전 실험보다 5배가량 컸다는 점을 거론하며 “북한의 핵무기가 실제 핵융합을 이뤄냈다”고 했고, 켄 가우스 미 해군연구소 박사도 “실험 규모가 과거보다 확실히 컸다. 수소탄 실험이었을 가능성”이라 했다.
북한이 핵 내지 수소폭탄을 만들 원료 역시 충분하다. 최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60개가량의 핵탄두를 만드는 데 필요한 핵물질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 고농축우라늄(HEU) 758㎏과 플루토늄 54㎏을 보유한 상태라는 게 미 국방정보국(DIA)의 분석이다. 핵탄두 1개를 만드는 데 플루토늄 4~6㎏과 HEU 16~20㎏이 필요하다는 게 정설이고 보면, 북한은 최대 60개까지의 핵탄두를 보유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운반 수단의 경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일단 6차 핵실험 의도대로 핵탄두 소형화는 웬만큼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현안 보고에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통해 500㎏ 밑으로 핵탄두를 소형화ㆍ경량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느냐’는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저희는 그렇게 추정한다”고 답했다. 그는 “(소형 핵탄두가) ICBM에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민간 전문가의 의견은 다르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200㎏까지 무게를 줄였다면 1만㎞ 너머까지 보낼 수 있겠지만 500㎏ 정도면 현재 엔진 능력으로 6,000~7,000㎞까지밖에 못 간다”며 “(북한 원산 기준으로 7,500㎞ 떨어진) 하와이 미 태평양사령부까지도 버겁다”고 했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가졌는지도 불투명하다. 장 교수는 “재진입 기술을 확보하려면 지상에서 수도 없이 모사시험을 해야 하는데 북에 그걸 할 수 있는 시설이 있을 리 만무하고, 탄두 보호용 탄소복합재의 경우 강도가 워낙 세 다루기가 힘든데 조금만 잘못 만들어도 재진입 뒤 탄두가 엉뚱한 곳에 탄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북이 전날 성명에서 재진입 기술이 불필요한 전자기파(EMP) 공격을 언급, 기술 미확보 사실을 은연중 실토했다고도 했다.
해외에선 극단적 회의론도 나온다. 미 저명 미사일 전문가 테어도어 포스톨 미 매사추세츠공대 교수 등은 최근 “사거리를 늘리려 가벼운 모의 탄두를 탑재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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